지난 6월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최대 지상 방산 전시회 ‘유로사토리(Eurosatory) 2024’에서 한화가 생산한 K9A2 자주포가 전시되어 있다. /로이터 뉴스1

지난 6월 유럽 최대 지상 방산 전시회 중 하나인 유로사토리(Eurosatory)에 참석했다. 수출 대상국의 수요에 맞춘 색상, 사용자 편의를 위한 인체 공학적 설계, 수납식 포탑, 다양한 임무 형태로 변경이 가능한 모듈 방식의 디자인까지 시각적·기능적 측면에서 이목을 집중시키는 다수의 전시품이 눈길을 끌었다. 세계 각국이 자국의 무기 체계를 홍보하기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로 디자인을 부각하려는 노력을 체감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디자인이 성능과 품질에 중점을 둔 무기 체계의 단순한 부산물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적에게 위압감을 주는 심미적 요소, 사용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하는 혁신 기술까지 아우르는 핵심 요소로 발전했다.

방위산업 태동기에는 외형 디자인이 비교적 실용성 위주로 단순하게 설계됐다. 군사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성능과 내구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그랬다가 1990년대 이후 방위산업이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무기 체계 개발은 군사적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것에서 벗어나 기술적 우수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심미적인 요소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K2 전차가 차체의 높이를 낮추고 높은 기동성을 가시화하는 날렵한 디자인을 선택해 시각적인 매력을 극대화한 것이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최근 무기 체계 디자인은 무기 체계의 기능과 심미적 요소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경험(UX)에 기반을 둔 인체 공학적 설계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양산을 앞두고 있는 한국형전투기 KF-21을 보자. 조종사의 시야가 시야각을 벗어난 상황에서도 비행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헬멧 장착 디스플레이(HMD)와 조종실 내 다양한 계기의 기능을 터치식으로 하나의 화면에 시현하는 다기능 디스플레이(MFD)에 음성 인식을 비롯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한 다양한 디자인 기술이 적용됐다. 이런 인체 공학 설계 기술은 전투 효율을 향상하고, 전투 피로도를 최소화해 무기 체계 성능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향후 무기 체계 디자인은 기술적 성능의 구현, 심미적인 요소, 사용자 편의성을 위한 인체 공학적 설계, AI(인공지능) 및 무인화 등 첨단 기술과 다양한 요구 사항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모듈화 등 더욱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으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방위사업청과 산업통상자원부는 무기 체계의 성능 및 품질 향상뿐만 아니라 방위산업과 디자인 산업이 함께 성장할 계기를 마련하고자 지난달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부처 간 무기 체계 디자인과 관련한 정책·제도·정보를 공유하고, 민간 분야의 디자인 접목이 요구되는 무기 체계 협력 사업을 발굴하여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디지털 환경 변화에 따른 민간 분야의 기술·제도를 교육하는 방식으로 방산·민수 분야의 정보 교류를 더욱 활성화할 것이다.

K방위산업과 K디자인 산업의 융합은 새로운 산업 영역으로 확산돼 우리 산업 전반의 혁신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무기 체계 디자인’이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중요한 경쟁 가치로서 ‘K-방산’ 브랜드를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하는 핵심적인 경쟁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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