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고등교육 정보지 THE(Times Higher Education)의 올해 세계 대학 평가에서 1~5위는 순서대로 옥스퍼드대, 스탠퍼드대, MIT(매사추세츠공대), 하버드대, 케임브리지대였다. 아시아 대학 중에서는 칭화대(12위), 베이징대(14위), 싱가포르국립대(19위)가 10위권에 올랐다. 한국 대학 중 순위가 가장 높은 서울대(62위)는 일본을 대표하는 도쿄대(29위)보다 한참 낮았다.
도쿄대가 서울대보다 국제 무대에서 더 인정받는 이유가 뭘까. 법인화 이후 경쟁력을 키웠기 때문이라고 본다. 도쿄대는 2004년 정부 조직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권리와 의무를 책임지는 학교법인으로 바뀌었다. 올해 법인화된 지 20년이 됐다. 나머지 일본 국립대학들도 모두 법인화됐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만 2011년 말 법인화됐다. 나머지 국립대학도 언젠가 가야 할 길이다.
20년 전 객원연구원으로 연구 활동을 했던 도쿄대를 얼마 전 다시 방문했다. 혼고(本鄕)캠퍼스에는 여전히 야스다(安田) 강당을 중심으로 고풍스러운 우치다 고딕 건축양식과 대학 상징인 고령의 은행나무가 오랜 역사를 물씬 풍기게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법인화된 이후 오래된 건축물들이 리노베이션되면서 캠퍼스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100년 후 지구에서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들기 위한 지구의학(地球醫學·One Earthology) 인재 육성 활동, 기업·단체와의 대형 조직 연대 구축, 교육과 경영 혁신 등 경쟁력 강화가 눈에 띈다. 도쿄대는 법인화 20주년을 계기로 학부는 내년부터, 대학원은 2029년부터 수업료가 약 10만엔(약 93만원)이 오른다고 한다. 교육 수혜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4시간 불을 밝히는 도쿄대 실험 연구실 불빛은 일본의 미래를 보여준다. 노벨상 18명을 배출한 도쿄대 캠퍼스에는 주말에도 구내 식당이 붐빈다. 혼고캠퍼스에만 편의점 4곳이 성업 중이다. 주말에도 교내 서점이 문을 열고 캠퍼스 주변에 모리이(森井), 이노우에(井上) 등 서점이 14곳이나 운영되고 있다. 교내 서점에는 도쿄대 교수들이 저술한 책들만 파는 코너가 따로 있다. 교수들의 활발한 저술 활동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연구자와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점심 도시락을 파는 푸드카 형태의 이동 식당들이 눈에 띄었다. 주말에도 붐비는 넓은 구내 식당의 활기찬 캠퍼스 분위기가 부러웠다.
도쿄대 커뮤니케이션센터 홍보관에서는 교수들이 개발한 보디밀크 화장품, 면역 촉진 요구르트, 연꽃향 제품 등 다양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또한 2015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가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 교수에 대한 자료, 조혈간 세포의 체외 증폭법을 다룬 혈액 연구 자료, 박테리아 증식 유리를 만든 최신 연구와 같은 홍보물이 넘쳐났다. 후지이 데루오(藤井輝夫) 총장은 여러 분야의 지(知)를 결집해 지구 규모의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지난 6월 미래 사회 창조 모델(UTokyo Compass)을 수립했다.
주 52시간제로 닫혀있는 시간이 긴 우리나라 대학과 연구 기관의 실험실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대학 내 이념 투쟁도 자제할 때가 됐다. 법인화 20년을 맞아 활력 넘치는 도쿄대가 타산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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