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미국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에 “리창(李强) 중국 총리의 이력을 표로 정리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칭화대 졸업’ ‘안후이성 출신’이란 답이 나왔다. 리창은 저장농업대를 졸업한 저장성(省) 토박이다.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챗GPT 유료 버전을 써도 오류는 개선되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AI가 중국에 대해서는 유독 무지했다. 베이징의 한 AI 연구자는 “중국 관련 데이터가 부족한 탓에 챗GPT의 ‘중국 리터러시(literacy·해독 능력)’가 낮은 것 같다”고 했다.

중국은 ‘AI 갈라파고스 제도’를 꿈꾸는 것일까. 세계 각국의 AI는 거대한 갈퀴처럼 전 세계에서 정보를 끌어모으지만, 중국은 ‘진입 금지 구역’이다. 챗GPT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의 빙, 구글의 바드 등 해외 AI 챗봇은 중국 내 접속이 불가능하다. 2009년 중국이 ‘만리방화벽’이란 이름으로 글로벌 사이트 접속을 차단했는데, 이젠 AI 영역에서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은 AI 전(全) 분야에서 국산화를 추진하며 울타리를 치는 중이다. 7일 중국 1위 IT 기업 텐센트는 자사 AI 챗봇 ‘훈위안(混元)’을 최초 공개했다. 훈위안은 부적절한 정보를 유도하는 질문에 대한 거부율이 기존 챗봇보다 20% 높았다. 반면 중국 관련 정보는 편집증 수준으로 정확했다. ‘관우와 진경 중에 누가 전투력이 더 높은가’라는 질문에 챗GPT는 당나라 장수인 진경을 송나라 사람이라고 잘못 서술했지만 훈위안은 두 인물의 생존 시대가 다르다는 점을 짚었다.

AI 서비스 구현에 필수적인 ‘방대한 데이터’와 ‘고성능 반도체’는 자급자족을 표방한다. 중국은 2017년부터 법을 만들어 ‘AI 시대 석유’인 데이터를 통제했다. 자국에서 생성된 모든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금지한 것이다. 2020년부터 이어진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 속에서 고성능 반도체 자체 생산 기술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지난달 말 출시한 화웨이의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는 7나노급 반도체가 탑재됐다. 미국 제재로 조달할 수 없었던 최첨단 칩을 자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SMIC와 손잡고 생산한 것이다. 중국은 반도체 장비 우회 수입·해외 기업 인수 등 편법도 동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4년 전 인터넷 자유를 박탈당한 중국인들은 ‘AI 갈라파고스 제도’의 탄생을 응원하는 분위기다. 첨단 기술 영역에서 미국의 공격에 대비할 요새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밖에서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이 첨단 기술을 갖춘 갈라파고스로 변모하면 외국산 제품·서비스의 퇴출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이 장벽을 높게 쌓을수록 우리에게 그늘도 짙게 드리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