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김준오씨. 이달 초 본지와 인터뷰를 한 그는 반드시 재활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준오 본인 제공

한국인 유학생 김준오(23)씨의 사연을 처음 접한 것은 외국 언론사 홈페이지에서였다.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 걸려 있던 기사 제목엔 ‘한국인’ ‘해병’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내용을 읽어보니 기가 찼다. 사연은 이랬다. 해병대 수색대 전역 후 뉴욕대에 입학한 뒤 2학년을 마친 김씨는 지난달 23일 새벽 친구를 만나기 위해 뉴욕에서 펜실베이니아주(州) 필라델피아에 갔다. 새벽 시간이라 우버를 타고 출발했는데 큰 사고가 났다.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을 훔쳐 달아나던 일당이 김씨가 타고 있던 차를 들이받은 것이다. 김씨는 수술을 받았지만 하반신이 마비됐다.

취재를 위해 그에게 연락을 하려다 망설여졌다. 청천벽력 같은 사고가 난 지 2주밖에 되지 않은 상황, 마음에 상처가 있을 수 있겠다 싶었다. 어렵게 이메일을 보냈는데, 두어 시간 뒤 그에게서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전화가 왔다. 사고 내용은 들을수록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황당했지만, 더 눈에 띄었던 것은 그의 태도였다. 김씨는 대답을 하는 내내 차분했고 간간이 웃음도 보였다. 큰 사고를 당한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마음속으로 슬픔을 삼키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미 벌어진 일 어떡하겠나.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노력해서 건강을 회복하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가해자를 원망하는 말도, 신세를 한탄하는 모습도 없었다. 20대 초반의 젊은이지만 그의 심지(心志)는 누구 못지않게 단단했다. 그런 그에게 평생을 응원해 온 아버지는 “너만 포기하지 않으면 끝난 게 아니다”라며 옆에서 어깨를 다독였다.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고, 어긋나는 일이 더 많이 벌어지는 것을 종종 느낀다. 그때마다 밑바닥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가라앉기도 하고,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김씨가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을 대하는 태도는 울림이 있었다. 자신의 인생 항로가 계획했던 것과 전혀 다르게 바뀌더라도 새로운 삶의 길에서 의미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오롯이 본인 몫이라는 것이다. 그가 보여주는 의지 자체가, 또 다른 기적 같은 모습이었다.

사연이 전해진 뒤 많은 독자가 응원을 보냈다. 필라델피아에 사는 어느 독자는 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며 연락처를 물어오기도 했다. 김씨는 “한국의 많은 분이 응원해주었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가 말했다. “더 강하게 이겨내서 6개월 뒤 아니면 1년 뒤라도 꼭 다시 인터뷰를 하고 싶습니다.” 그런 그에게 “1년 뒤가 아니더라도 끝까지 의지를 갖고 이겨낸 모습을 쓸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응원했다. 강철 같은 사람의 의지는 1%의 가능성도 현실로 바꿀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