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검색엔진 시장 제왕인 미국 구글은 한국에서 매년 수조원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인도 있다. 구글코리아. 그런데 대표는 낸시 메이블 워커(walker)란 구글 본사 법무팀 ‘팀원’이다. 2006년 UCLA 로스쿨을 졸업하고 미 소프트웨어업체 세일즈포스에서 일하다 2014년 구글로 이직했다. 직함은 선임 변호사(senior counsel). 본사 법무팀장(general counsel) 밑에서 일하고 국적은 일본, 거주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다.
한국에서 구글은 검색엔진뿐 아니라 자회사 유튜브가 끼치는 영향력도 단순 매출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하다. 그런데 구글코리아 대표는 한국에 없다. 아니 한국에 한 번이라도 왔는지도 불분명하다.
워커가 구글코리아 대표인 것 자체도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원래는 존 리라는 한국계 미국인인 줄 알았다. 국회는 작년과 재작년에 국정감사에 구글코리아 대표를 증인으로 불렀을 때 그가 출석했다. 나와서 대부분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존 리는 정식 직함이 구글코리아 디렉터(본부장)로 구글코리아 등기이사도 아니고 그냥 영업 담당에 불과하다. 그런 인물이 구글코리아를 대표해서 국회에 나와 의원들 앞에서 문답을 갖고 의원들은 아무 권한도 없는 구글코리아 직원 한 명을 불러다 놓고 유튜브가 좌편향이니 우편향이니 공격을 해댄 꼴이다.
올해는 다를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최근 구글이 전 세계 모든 앱에 대해 앞으로 버는 수익의 30%를 일괄적으로 받겠다고 발표한 부분에 대해 해명을 듣기 위해 ‘진짜’ 구글코리아 대표 워커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국내 관련 IT 스타트업들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등을 이유로 못 오겠다고 하자 ‘화상 출석’까지 요청했지만 워커는 “화상 회의에 필요한 영상 장비를 구매하지 못했다”면서 일축했다. 다른 해외 유수 IT 업체 한국 법인 대표들도 비슷한 태도다. 넷플릭스코리아의 레지널드 숀 톰프슨 대표도 국감에 불출석했다. 그도 미국 법무팀 소속의 사내 변호사다. 애플코리아와 페이스북코리아도 작년 국감때 한국지사 대표가 증인으로 채택되자, 해외에 사는 진짜 법인 대표가 아니라, 한국 영업 담당이 대신 ‘대표’라는 이름표를 달고 출석했다.
반면 국내 기업 대표들은 국감 때마다 수십명씩 국회로 달려간다. ‘호통 국감’인걸 알아도, 안 갔다가 나중에 괘씸죄로 더 시달릴 걸 알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대표는 “예전에 불려가 하루 종일 질문 하나도 못 받고 밤 12시에 끝나고 나올 때면 자괴감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국내 인터넷업체 한 임원은 “구글이 미국에 거주하는 본사 변호사를 법인 대표로 앉힌 이유는 한국에서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며 "워커 대표는 국회는커녕 검찰이 소환해도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래저래 한국 기업들 신세만 처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