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척블루파워와 강릉에코파워는 여의도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 위원회가 법안 심사 소위를 열어 여당이 주도하는 ‘에너지 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에 대해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여당이 말하는 에너지 전환은 ‘탈(脫)원전·탈석탄’을 뜻한다. 이 법안은 환경운동가 출신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대표 발의했다. ‘발전 사업자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에너지 전환을 위해 불가피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특별히 필요한 경우 발전 사업 지정을 철회할 수 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삼척블루파워와 강릉에코파워가 긴장하는 것은 각각 삼척과 강릉에 석탄화력발전소를 2기씩 짓고 있어서다. 두 회사 모두 2013년 정부로부터 발전사업 허가를 받고 공사를 진행해왔다. 공정률은 3월 기준 삼척 38%, 강릉 67%. 지금까지 각각 2조7000억원과 3조9000억원이 투입됐다. 지난해 말 정부가 2034년까지 15년간 전력 공급 계획을 담아 확정한 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도 삼척·강릉 석탄발전소가 포함돼 있다. 설비 용량은 신형 원전 3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압도적인 의석의 여권이 법안을 원안 그대로 통과시킬 경우 탄소 감축을 명분으로 건설이 중단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정부 정책의 신뢰성이 깨지는 것도 문제지만 중장기 전력 공급 계획이 흔들린다는 데 큰 심각성이 있다”고 했다.
정부는 국내 발전량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는 원전·석탄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와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을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진행 상황은 순조롭지 않다. 2024년 문을 닫는 삼천포 화력발전소 3·4호기를 대체하기 위해 2017년부터 추진해온 대구 LNG발전소 건설은 지역 사회와 환경 단체가 반발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경기 남양주시, 경북 구미, 경남 함안, 충북 음성 등에서 진행하고 있는 LNG발전소 사업 역시 표류 중이다. 신재생에너지는 늘어난 설비만큼 전력 공급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설비 용량이 약 30% 증가했지만 발전량은 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날씨에 좌우되는 신재생에너지의 약점 때문이다.
현 정권은 출범 직후 기존 에너지 계획의 틀을 뒤엎으면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도,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도 않았다. 임기가 1년 남았지만 ‘에너지 전환’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경고에는 귀를 닫고 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문재인 정권은 내년 임기가 끝날 때까지는 에너지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훗날 역사에 ‘5년 임기에 에너지 백년대계를 흔들고 부담을 미래 세대에 떠넘긴 정권’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