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징벌법, 사립학교법·초중등교육법 개정만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 강행 처리를 예고한 교육 관련 법안이 또 있다. 사회 통합 전형을 법으로 처음 규정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이다. 사립학교 교사 채용 시험을 교육청에 사실상 강제 위탁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 사립학교 학교운영위원회를 자문 기구에서 심의 기구로 강화하는 초중등교육법과 함께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3대 교육 법안으로 꼽힌다. 이 법안은 대학이 모집 인원의 15% 범위에서 사회 통합 전형으로 신입생을 뽑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그 대상으로 ‘차등적인 교육적 보상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내용을 집어넣었다. 누구를 염두에 둔 것일까.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왼쪽부터)·대한사립학교장회·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들이 사립학교법 개정안 및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이 법안이 민주화 운동 관련자 전형의 근거 규정이 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최근 8년 동안 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 등 7개 대학에서 민주화 운동 관련자의 자녀 자격으로 합격한 인원이 119명에 달해 논란이 됐었는데, 이번 법안을 ‘차등적인 교육적 보상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통과시키고, 나중에 시행령을 만들 때 민주화 운동 관련자 전형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꼼수를 쓸 것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대상자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무시하고 한순간에 시행령을 바꿔 전국의 모든 자사고와 외고를 없애기로 한 전력(前歷) 등을 감안하면 의심이 생길 만하다. 오죽하면 국회 검토 보고서도 “전형의 대상이 추상적이므로 범위를 알 수 있게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을까.

지난 4년간 당·정·청(黨政靑)이 교육 정책을 정치적 수단처럼 사용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혼란을 떠안긴 건 한두 번이 아니다. 대선 때 2022년 시행으로 공약했던 고교학점제를 이듬해 2025년으로 연기한 뒤 올해 다시 2023년으로 사실상 시행 시기를 앞당긴 것을 비롯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대입 공정성을 높인다며 정시 비율(30% 이상)을 1년 만에 다시 손대는 등 땜질식 대책을 이어갔다. 이제는 사립학교 교사 채용권을 사실상 박탈하고, 학교장과 학교법인 이사회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법까지 발의해 밀어붙이고 있다. 사학들이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총만 안 든 탈레반”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이번에 민주당이 교육위와 법사위에서 일방 통과시킨 교육기본법 개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국가가 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사학을 옥죄는 법안들을 강행하는 민주당이 또 다른 법안에서는 국가가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개정한 것이다. 이처럼 양립하기 어려운 법안들을 강행하는 민주당이야말로 ‘차등적 교육이 필요한 사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