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주세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이제 만나러 갑니다' 출판기념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25일 오후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출판기념회가 열리는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4층에 가자마자 열기가 느껴졌다. 조 교육감 책에 사인을 받으려고 줄 선 사람들은 강당 공간을 넘어 계단까지 이어져 있었다. 엘리베이터 앞은 서로 껴안고 인사하는 사람, 봉투에 책값을 넣는 사람, 안내 요원까지 모여 혼잡했다. 2m 거리 두기는 지켜지지 않았다. 출판사는 사전에 행사 안내 문자에서는 “코로나로 엄격한 방역 수칙하에 30분 간격으로 입장을 제한한다”면서 시간대별로 참석 신청을 받았다. 그런데 정작 이날 현장에선 신청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 행사는 오후 3시부터 교육계 인사들과 함께 하는 토크 콘서트까지 이어지며 저녁에야 끝났다.

오는 6월 교육감 선거에서 3선에 도전하는 조 교육감을 비롯해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출판기념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특히 정당도 없이 선거를 치르는 교육감 선거 후보자들은 선거 자금을 모금하기 위해 대부분 출판기념회를 이미 열었거나 열 예정이다. 조 교육감은 2018년 재선을 앞두고는 모델 한현민씨를 초청해 수천 명 앞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트렌치 코트를 입고 워킹을 하는 ‘쇼’를 벌이기도 했다.

조 교육감의 이번 행사는 이전보다 규모가 크게 줄었지만, 교육계에선 쓴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3월 2일 새 학년 시작을 앞두고 코로나는 급증하고 정부의 학교 방역 지침은 오락가락해 학교와 학부모들이 극도의 혼란에 빠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전면 등교 원칙이고 원격 수업은 신중히 하라”고 했다가 갑자기 “학교장이 알아서 원격 수업을 정하라”고 지침을 바꿔 개학이 일주일도 안 남은 지금도 3월 첫째 주 등교 수업을 할지, 원격 수업을 할지 학부모에게 공지하지 못한 학교도 많다. 맞벌이 가정 학부모들은 학교 공지만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학교들은 새 학기부터는 종전에 보건소에서 해주던 역학조사까지 스스로 다 해야 해서 수업이 제대로 될지도 걱정이다. 개학을 앞두고 확진받는 교직원도 늘어나고 있어 시간강사를 수소문하느라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 학교도 많다. 교사들 사이에선 “이렇게 혼란스러운 신학기는 처음”이라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감의 ‘선거 자금 모금 행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떨까.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학교들이 사상 유례 없는 혼란을 겪고 있는데,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교육을 책임진다는 교육감이 출판기념회나 열고 있는 걸 보니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지금 교육감들은 선거가 아니라 학교와 학생들이 제대로 3월 신학기를 시작하도록 돕는 데 전력을 쏟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교육계를 정치판으로 만들었지 교육을 위해 한 일이 없다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 목소리가 더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