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40만원 다 받으려면, 국민연금을 얼마까지 내고 있으면 되나요?”(50대 여성 A씨)
요즘 국민연금공단에는 이런 문의 전화가 빗발친다. 자발적으로 새로 가입했거나, 추가로 불입한 국민연금 때문에 기초연금에서 역차별을 받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가입자들이다. 왜 이런 소동이 벌어지게 됐을까.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에 속하는 65세 이상 고령자들이 받는 일종의 복지 수당이다. 전부 국민 세금으로 충당된다. 지난 2014년 시행 초기 기초연금은 월 20만원이었고 대상자는 435만명 정도였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조건이 완화되더니 대상자는 올해 628만명까지 늘어나고 연금액도 커졌다. 정부 예산도 7조원에서 20조원으로 급증했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기초연금을 현행 30만7500원에서 40만원까지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내 돈 한 푼 내지 않고 평생 받을 수 있는 기초연금 40만원은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질까? 국민연금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월 40만원은 국민연금 가입자가 젊을 때부터 매달 11만7000원씩 최소 20년 이상 꼬박 납입해야 받을 수 있는 액수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만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연금은 매년 소득세(2002년 1월 이후 가입분부터)를 내야 하며, 연금 수령액의 50%(7월부터)는 소득으로 잡혀서 건강보험료 인상 요인이 된다. 그런데 기초연금은 비과세이고, 건보료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기초연금에 있는 ‘국민연금 연계 감액’이라는 조항은 국민연금의 뿌리를 흔들 정도로 위협적이다. 이 조항은 국민연금을 일정 금액(올해 기준 46만1250원) 이상 받고 있으면, 수령액에 따라 기초연금액을 최대 50%까지 삭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올해 국민연금을 월 90만원 받고 있다면, 기초연금은 9만원가량 줄어든다. 국민연금 자체에 이미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으니 기초연금까지 중복 혜택을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국민연금 가입자에겐 독(毒)이다.
2년 전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초연금 관련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3.4%가 ‘기초연금이 40만원까지 올라가면 국민연금 가입을 중단하겠다’고 답했다. 국민연금 때문에 나중에 기초연금을 온전히 못 받을 수 있는데, 힘들게 아껴가며 국민연금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성실하게 노력한 사람이 더 억울해지는 제도는 사회 불만의 씨앗이 된다.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을 돕겠다는 기초연금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40만원씩이나 주고 연계 감액까지 하는 것은 국민연금 가입자들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에 새 정부가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부지런히 노후를 준비해 온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공정한 룰부터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