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중 미국을 보면 거번먼트 어토니(Government Attorney) 경험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출근길에서 한 말이다. 검찰 시절 함께 일했던 검사들을 잇따라 정부 요직에 중용하면서 인사 편중 논란이 제기되자 작심한 듯 미국 검찰 시스템을 사례로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이 미국 사례를 언급하면서 한국에서 통상적으로 검사를 이르는 ‘프로시큐터(prosecutor·기소 담당자라는 의미)’ 대신 통상적 법률가라는 뜻의 ‘어토니’를 말한 점이 주목된다. 실제 미국에서도 통상 검사를 ‘어토니’라고 부른다. 법무부 이름은 한국처럼 ‘Justice’를 쓰지만, 장관 호칭은 ‘법률가의 장(長)’이라는 뜻의 ‘어토니 제너럴(Attorney General)’이다. 검찰 업무는 수사와 기소에 집중돼 있지 않다. 기업 담합 등 시장경제 위반 행위에 개입해 제재를 가하기도 하고, 인권침해·환경오염 및 각종 사회적 갈등 사건에도 개입해 형사절차뿐 아니라 당사자 간 민사 해결까지 이끌어낸다.

미국 검찰의 광범위한 업무 영역을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 있었다. 콜로라도주 레이크우드에 있는 문신·피어싱 시술소에 재작년 3월 손님이 찾아와 문신 시술을 요청했지만, 에이즈 감염자라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그로부터 2년 3개월이 지난 이달 초 업소와 시술사는 그 손님에게 각각 4400달러(약 553만원)와 500달러(약 62만원)를 배상하기로 했다. 합의를 이끌어낸 주체는 콜로라도 연방지검이다. 검찰은 업소의 시술 거부를 에이즈 감염자를 비롯해 모든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 장애인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피해자의 소송을 도왔다.

소송을 지휘한 콜 파인건(66) 연방지검장은 작년 12월 조 바이든 대통령 지명으로 연방 검사장에 오르기 전까지 덴버시 시장 비서실장 및 시 변호사, 콜로라도 주지사 법률 자문관 등을 거쳐 다국적 로펌 변호사로 일했다. 민·관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뒤 한국 같으면 검찰을 일찌감치 떠났을 나이에 검사장이 됐다. 미국 연방검사장들의 통상적 입직 경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이 걱정하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윤석열 정부 요직을 차지하는 인사들이 수많은 ‘어토니’ 중에서도 하필 대통령과 과거에 일했던 ‘프로시큐터’에 몰려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비판 논점을 흩뜨리기 위해 낯선 외국 시스템을 언급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법률가의 경험과 능력을 국정 전반에 활용하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그럴수록 인재 풀을 넓히는 게 필요하다. 함께 일하지 않아 알지 못했던 유능한 법률가를 발탁할 수도 있다. 법조인 아니어도 각 분야에 뛰어난 인재들이 있다. 이들을 골고루 쓰는 일이야말로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능력에 따른 발탁’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