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생각이지만 한국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의 개정 여지가 있다면 (윤석열) 대통령께 건의를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렸다.”

지난달 윤덕민 주일본 대사와 면담한 ‘북조선에 의한 납치피해자 가족연락회’ 요코타 데쓰야 사무국 차장이 면담 뒤 기자회견에서 밝힌 말이다. 그는 열세 살이었던 1977년 11월 니가타에서 하교 중 실종된 요코타 메구미의 남동생이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관계자들이 지난 3월 1일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앞에서 북한의 인권법 시행과 대북전단금지법의 즉각 폐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뉴스1

이날 면담에 노모 사키에(86)씨와 형 다쿠야씨도 동석했다. 일본인 납북 피해자 중 가장 어린 나이에 실종된 요코타 메구미는 이 현안의 상징적 인물이다. 해마다 그의 생일과 실종일을 맞아 고향은 물론 전국적으로 생환을 기원하는 행사가 열린다. 그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만화·연극·영화도 만들어져 상연됐을 정도다. 메구미의 가족들은 일본 내 납북 피해자 가족 모임을 이끌며 납북 피해자의 일괄 송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북한에 압박을 가해달라고 일본 및 국제사회에 호소해왔다. 그런데 한국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자신들과 직접 연관이 없는 한국 법률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이런 말을 꺼낸 배경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북조선(북한)이라는 나라는 강력한 압력을 가하지 않으면 개선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압력은 자유주의 사회에 대한 정보와 김정은 일가에 대한 진실이 국내에 알려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이 법 때문에 정보를 담은 전단지를 풍선에 넣어 날리는 활동을 하지 못하는 현실”이라고도 했다.

외국 대사에게 해당 국가의 특정 법률을 바꾸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언뜻 결례로 보일 여지도 있다. 접경 지역 주민들의 안보 상황 등 현실을 제대로 모르는 것이라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두려워하는 자유주의 사회의 정보의 국내 유입에 대북전단금지법이 그 장애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일본인 납북 피해 가족의 우려는 ‘개인적 생각’으로 흘려만 들어선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정식 명칭이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인 법은 “김정은 정권의 눈치를 보며 북한 인권 말살에 동조한다”는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여 시행했다. 무리한 입법에도 돌아온 것은 남북 관계 발전은커녕 더욱 강력해진 북한의 핵 위협이다.

정부가 엄중한 안보 현실을 신중히 고려하되, 북한 주민의 인권과 자유를 최우선 과제로 놓는 방향으로 대북전단금지법의 개정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면 어떨까. 국회 의석수 구조 때문에 현실적 개정은 어렵다고 해도 공청회나 캠페인 등으로 의지를 피력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과 일본 모두 북한 인권 범죄의 피해국이라는 점은 산적하게 얽혀있는 한일 관계의 개선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