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아파트 단지의 모습./뉴스1

지난 1월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려 온 ‘대장동 재판’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김만배씨 등 민간 업자와 공모해 이들에게 최소 651억원의 개발 이익을 독식하게 했다는 배임 등의 혐의로 민간 업자들과 함께 기소된 이 사건은 다음 달 5명의 피고인에 대한 신문만을 앞두고 있다. 최근 이들 중 일부가 기소된 위례 개발 비리 사건이 병합되지 않는다면 다음 달 내 재판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재판 막바지의 법정 분위기는 느슨한 경우가 많다. 변호인들도 유무죄 여부는 어느 정도 판가름 났다고 보고 ‘양형’에 집중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재판은 마지막까지 변호인들이 ‘열’을 내고 있다. 피고인 중 한 명인 회계사 정영학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3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7일 변호인들은 오후 늦게까지 정씨를 신문했다. 변호인들은 4000억원이 넘는 배당 수익이 배임의 결과가 아니라 부동산 값 상승에 따른 반사 이익이라 주장하고 있다. 오는 21일에도 정씨 신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몇몇 변호인들은 무죄 가능성을 높게 예상한다는 말도 나온다. 검찰은 나름대로 ‘전력 방어’를 하고 있지만 변호인들의 거센 주장과 잦은 이의 제기에 다소 치이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은 납득하기 힘든 기소 내용에서 비롯된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성남시가 100% 출자한 법인이다. 정관에 따르면 주요 사업 내용 및 의사 결정을 시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검찰은 수사 개시 3주 후 성남시청을 늑장 압수수색하고서 시장실은 빼놓았었다. 그 결과 공소장에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등장하지 않는다. 위례 사건에서 이 대표의 이름이 18번 등장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다 보니 간부였던 유동규씨는 ‘나에게는 결정권이 없다’, 민간업자들은 ‘배임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빠져나가려 한다.

수사 결과 이 대표의 관여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을 수도, 기소됐어도 재판을 통해 무죄를 받을 수도 있다. 이 대표는 당시 시장으로서 일부 보고를 받은 것은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며 현재 검찰 수사가 정치 보복이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당시 검찰이 이 대표의 관여 여부조차 가리려 하지 않고 빈 칸으로 남겨 놨다는 점이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배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비워 놓은 상태에서 나머지를 갖고 공소 유지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공백은 결백을 밝혀야 할 이 대표에게도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 사건은 머지않아 사법 판단을 받게 된다. 만일 주된 혐의가 무죄가 나온다면 수천억대 개발 이익 독점으로 국민들을 허탈감에 빠뜨렸던 이 사건은 권력형 비리가 아닌 민간업자들의 ‘횡재’로 결론 나게 된다. 지연된 정의에 따른 허무한 결말, 누군가는 책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