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날카롭게 대립한 이번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짧게나마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동의했던 장면이 있다. 지난 18일 국감장에 참고인으로 손민영 조선대 스마트이동체융합시스템공학부 박사과정 학생이 나왔을 때다. 손씨는 지난 6월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에 실어 우주로 보낸 ‘큐브 위성(꼬마 위성)’의 조선대 개발팀 연구원이다.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0cm 정육면체 크기를 기본 규격(1U)으로 하는 큐브 위성은 지구 관측을 넘어 우주 탐사까지 활동 범위를 확대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분야다. 국감장에서 손씨는 “지역 대학이다 보니 항공우주 쪽 과제나 사업에서 수도권 대학에 비해 기회가 부족하다”고 호소 했다.

조선대 큐브위성 연구팀. /조선대 제공

조선대는 누리호 탑재 큐브 위성으로 선정된 4개 대학(서울대·연세대·조선대·카이스트) 가운데 유일한 지방 사립대다. 선정 당시 “깜냥도 안 되는 지방대가 선정됐다”는 비아냥까지 들었다고 한다. 조선대 큐브 위성 개발팀을 이끈 오현웅 교수는 “지방대에 대한 선입견이 여전하다”며 “수도권대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분야가 있다는 걸 조선대 큐브 위성이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10년 전만 해도 조선대가 큐브 위성을 개발할 것이라고 상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 교수가 2012년 부임할 때까지만 해도 이 학교에서 항공우주를 전공한 학생들 대다수는 졸업 후 주류 회사, 보험 회사, 자동차 회사, 제약 회사 영업사원 등으로 취업했다. 과에서 실력이 가장 뛰어난 한두 명만 항공정비사가 돼 그나마 전공을 살렸다는 것이다.

진로를 방황하는 학생들을 다잡기 위해 오 교수는 이듬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큐브 위성 경연대회’에 도전했다. 그는 “경쟁력을 갖추려면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실무형 교육으로 바꿨다”며 “종이에 자를 대고 그리는 설계에 머물렀던 학생들이 산업 현장에서 쓰는 설계 프로그램 활용법을 배우자 밤샘 연구를 할 정도로 의욕을 보였다”고 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는 도전은 2018년 인도(印度) 발사체로 첫 큐브 위성을 쏘아올리는 데 성공해 첫 결실을 맺었다. 이어 지난해에는 진동을 줄여 관측 위성 성능 향상을 돕는 ‘진동 저감 장치’를 개발해 독일에 수출하는 성과도 냈다. 학생들은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등 우주항공 분야 대기업에 줄줄이 취업했다. 이들이 올해 누리호에 탑재된 조선대 큐브 위성 개발에도 참여했다. 전공 분야에 취업한 졸업생이 재학생의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동참해 도움을 주는 선순환 체계가 마련된 것이다.

이런 혁신의 바탕에는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오 교수의 연구·개발 경험이 있었다. 그는 “다목적 실용 위성에 들어가는 탑재체를 개발한 경험이 있었기에 실무와 관련된 실질적인 교육과 연구를 학생들에게 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선대 큐브 위성 개발팀의 도전은 전기차 시대에 내연기관을 가르치는 등 산업 현장의 요구를 외면하고 낡은 교육과정의 전공 칸막이에 갇힌 대학들, 패배주의에 젖은 지방대에 적지 않은 자극이 되고 있다. 오 교수는 “지방대 스스로도 돌파구를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산업계에서 연구·개발 경험을 쌓은 현장 전문가들이 대학 교육에 적극 참여해 커리큘럼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가 요즘 걱정하는 것은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 위기가 심화돼 학생 모집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4~5년 지나면 학생이 없어서 연구실 문을 닫게 될까 봐 걱정이 커요. 지금처럼 나눠 주기식 정부 예산 지원으로는 지방대를 살리기 어려울 거예요.” 조선대가 우주로 쏘아올린 큐브 위성이 전하는 울림에 정부와 사회가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