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년 국세수입에 대한 재추계 결과, 국세 수입은 예산(400.5조원) 대비 59.1조원 부족한 341.4조원으로 전망된다고 밝히고 있다./뉴시스

“국세 수입 예측은 앞으로도 또 틀릴 수밖에 없어요. 생각해보세요. 아무리 정교하게 예측을 해도 코로나나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큰 변수가 터지면 기존에 예상한 경제 지표들이 다 뒤틀립니다. 세수 예측은 이런 지표들을 바탕으로 1년 치 세금이 얼마 걷힐지 예상하는 건데 무슨 수로 ‘세수 펑크’가 안 나겠어요.”

역대 최악의 ‘세수 펑크’ 결과가 발표된 18일 저녁, 기획재정부의 한 공무원은 기자 앞에서 ‘세수 오보’는 앞으로도 또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정부의 예상(400조5000억원)보다 59조1000억원이나 부족한 세수 재추계 결과가 나오며 ‘세수 오차’ 논쟁이 반복되자 이처럼 설명한 것이다.

사실 경기 흐름이 급격히 바뀌는 요즘 같은 시기엔 신(神)만 알 법한 1년 뒤 상황을 내다본 뒤 세금이 얼마나 걷힐지 예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이 이해는 간다. 2020~2022년 한국의 세수 오차율(11.1%)이 미국(8.9%), 캐나다(10.6%) 등과 별 차이가 안 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주요 국가들과 우리 사이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세수 오차율’이 아니라 ‘세수 부족 대비책’이다. 미국은 주정부 차원에서 ‘불황 대비 기금(Rainy Day Fund)’을 마련해 경기 호황기에 여유로운 재원을 쌓아뒀다가 경기가 나쁠 때 쓴다고 한다. 말 그대로 ‘궁할 때(Rainy Day)’에 대한 대비책이다.

캐나다의 ‘응급 예비비(Contingency Reserve)’도 눈여겨볼 만하다. 민간 경제 전망 기관이 예상한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세수 부족에 대비한 예비비를 마련해두고, 실제로 세수가 부족하면 이를 활용하고 안 쓰게 되면 부채 상환에 활용한다.

반면 우리는 이번 세수 부족을 ‘묘수(妙手)’로 막는다. 정부는 환율 등락 때 방어하려고 ‘외평기금’이란 기금을 쌓아뒀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강달러로 환율이 자꾸 올라 원화를 이용한 달러 매수 필요성이 크게 줄었다. 이에 외평기금 20조원을 급히 세수 메우기에 융통하는 응급 대책이 ‘묘수’가 된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 묘수가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적자 국채를 더 찍어내 재정 건전성을 더 악화시키거나, 멀쩡한 재정 사업에 차질이 생기게 될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세수 부족 정확도 개선’보다 ‘세수 부족 대비책’이 어쩌면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심혜정 국회예산정책처 조세분석심의관은 “세수 오차에 대비해 어떤 식으로든 완충 장치를 만들어 두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일반 가정집에서도 한 해 수입을 먼저 가늠해 돈을 쓰다가 돈이 모자라게 되면 쓸 요량으로 비상금을 마련해둔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껏 돈이 남아돌면 온갖 ‘현금 복지’ 등으로 다 허비하곤 했다. 이제라도 ‘궁할 때’를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