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내 가판대 음식점이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박상훈 기자

요즘 서울 명동이나 홍대입구, 성수동 등 외국인 관광객이 좀 온다는 동네 식당에 가보면 정말 외국인이 많다. 최근 둘러본 명동의 간장게장집은 손님 절반이 일본 관광객이었고 근처 중식당은 자리 15개 중 9개를 중국·대만 관광객이 차지했다. 유명 감자탕집은 줄 선 사람 절반 이상이 중국 관광객이었다. 중식당 사장님은 “흔히 먹는 짜장면을 왜 이렇게 신기해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기자도 놀랐다.

서울관광재단이 서울을 2번 이상 방문한 외국인 500명을 대상으로 ‘서울을 다시 찾은 이유’를 물으니 1위가 ‘음식이 맛있어서’였다. 작년 말 ‘서울콘(유튜버 등 인플루언서 박람회)’ 행사를 찾은 해외 유명 인플루언서들도 서울 하면 떠오르는 것으로 ‘K팝’보다 ‘K푸드’를 먼저 꼽았다.

서울시는 그동안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세우고 어떤 관광 코스나 랜드마크(도시의 상징 건축물)를 만들지 고심했는데 정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식생활, ‘K푸드’다.

K팝이나 K드라마는 생각보다 확장성이 낮다. 막상 한국에 오면 콘서트장을 가거나 촬영지를 찾는 정도밖에 할 게 없다. 저작권 문제 때문에 K팝은 길거리에서 쉽게 들을 수도 없다. 하지만 음식은 벽이 낮다. BTS(방탄소년단)를 만날 수는 없지만 BTS 멤버들이 먹어본 음식은 나도 먹을 수 있다. 음식은 ‘중독성’이 강하다. K팝이나 K드라마는 유행에 따라 휘발성이 강하지만 음식 맛은 잘 잊혀지지 않는다. 기자도 10여 년 전 홍콩의 한 동네 식당에서 먹은 딤섬 맛을 잊지 못해 여러 번 홍콩을 찾았었다.

손님을 끌어올 해외 인프라도 어느 정도 갖춰졌다. 이제 세계 주요 도시 어딜 가든 한식당이 있다. 올 7월 올림픽이 열리는 프랑스 파리에만 한식당이 400여 개 있다고 한다. 미국 뉴욕의 치킨집, 영국 런던의 떡볶이집 등 메뉴도 다양하다. 서울에서 만난 외국인 관광객 중에서도 “‘오리지널’의 맛이 궁금해 찾아왔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유행을 앞서가는 인플루언서들은 이미 K푸드 ‘먹방(음식을 먹는 방송)’을 찍는 단계를 넘어 한국 음식을 직접 요리하거나 재미있는 레시피(요리법)를 소개하는 영상을 올리고 있다. 구독자가 450만명인 필리핀의 한 인플루언서는 한국 숙소에서 소시지와 계란, 즉석밥, 육개장 등으로 요리를 하는 영상을 올렸는데 ‘당장 한국 음식을 먹으러 가야겠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베트남 유튜버는 한국 편의점에서 라면과 훈제 닭고기를 사서 닭고기 라면을 만들어 먹는 ‘편의점 먹방’ 영상을 올렸다. 바나나우유와 캔커피, 죠리퐁 과자를 섞어 죠리퐁 라떼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한국 사람에게도 생소한 방식으로 K푸드를 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게 K푸드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