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파트 공사비가 치솟으면서 서울 재건축 단지 조합들이 ‘분담금 폭탄’ 때문에 술렁이고 있다. 노원구 A단지는 시세 4억원대 중후반인 아파트 재건축 분담금이 5억원에 달하고, 금천구 B단지도 조합원당 분담금이 최고 9억원으로 추정됐다. 조합원들 사이에선 “차라리 주변 신축 아파트를 사겠다”는 말이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짜 재건축 시대가 끝난 것”이라고 해석한다.
과거 재건축은 ‘로또’로 통했다. 2014년 분양한 서초구 신반포1차(아크로리버파크)는 조합원들이 새 아파트에 더해 최대 수 억원의 현금을 환급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2020년 이흔 코로나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세계 각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2~3년 사이 공사비가 30% 넘게 뛰면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2022년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인 강동구 둔촌주공이 공사비 갈등 때문에 6개월간 공사가 중단된 것을 시작으로 공사비는 재건축의 최대 걸림돌이 됐다.
지금껏 ‘공짜 재건축’이 가능했던 것은 10층 전후였던 아파트가 재건축을 통해 20~30층으로 높아지고 세대 수도 늘어나면서 분양 수익으로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화하면 일반 분양자들이 낸 돈으로 조합원들이 살 집까지 지은 셈이다. 급증하는 도시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국가적 목표도 이런 방식의 재건축이 일반화되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도심 고밀(高密) 개발은 교통, 상하수도, 전력 등 공공 인프라 확충을 수반한다. 이익은 사유화, 비용은 사회화되는 구조다. 물론 정부와 지자체가 기부채납 형태로 이익의 일부를 환수했지만, 특정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새집을 공짜로 얻는 건 대다수 국민의 눈엔 비정상적이었다. ‘공짜 재건축’ 기대심리가 ‘재건축 프리미엄’을 만들면서 부동산 시장 거품에 일조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과거 일본에서도 도쿄 도심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거의 공짜로 새집을 받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는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초대형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원주민이 쫓겨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였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한국 재건축과는 다르다. 특히 전문 디벨로퍼가 도심 개발을 주도하는 일본과 달리 국내는 주민 대표 격인 조합이 재건축을 좌지우지해 투명성과 전문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최근 일련의 사태들은 분명 나쁜 소식이지만 언젠가는 치렀어야 할 통과의례다. 올 연말부터 본격화할 1기 신도시 재정비를 비롯해 앞으로 새롭게 추진될 재건축 사업에서도 공사비는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기회에 기존 재건축 방식의 잘못된 환상과 비효율을 털어내고 보다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도심 재정비 방안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