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경선을 앞두고 후보로 나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당심(黨心)이 명심(明心)이고 명심이 민심(民心)”이라고 했다. 22대 국회 첫 국회의장에 대한 당원들과 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모두 본인에게 있다면서 한 말이다.
사실 이 말의 원 저작자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다. 작년 초 전당대회 당시 ‘윤핵관’으로 불린 장 의원은 “윤심(尹心)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라고 했다. ‘김·장 연대’로 김기현 의원을 당대표로 밀면서 했던 말이다.
총선 참패 후 국민의힘은 “윤심이 민심”이라는 명제가 과연 맞았는지를 놓고 여전히 내부 논쟁 중이다. 정반대로 “민심이 윤심”이 되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면서다. 이런 모습은 ‘여의도 대통령’ 수준의 ‘이재명 일극 체제’라고 하는 민주당에서도 향후 나올 내부 분열의 예고편일지 모른다. 지난해 국민의힘에서 가장 많이 애용됐던 ‘단일대오’라는 말이 최근 민주당에서도 쓰이기 시작했다. 조만간 국민의힘이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내부 총질’까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그 결과는 이번 총선에서 모두가 지켜봤다.
법무부는 최근 서울중앙지검장을 교체하는 검찰 인사를 발표했다. 그러자 추 당선자는 “수사팀이 공중분해 됐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를 하는 검찰 수뇌부를 인사로 날렸다는 것이다. 사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추 당선자의 입에서 이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수사팀 공중분해’의 원 저작자는 추 당선자다. 그는 문재인 정권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됐던 2020년 1월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으로부터 똑같은 말을 숱하게 들었다. 추 당선자는 당시 장관 임명 5일 만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과 조국의 감찰 무마 사건을 수사하던 윤석열 검찰총장 참모진을 해체 수준으로 교체했다. ‘대학살 인사’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4년 만에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공수만 바뀐 채 정반대 말을 상대 진영에 쏟아내고 있다.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한동훈 이슈’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출마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출마한다면 4월 총선 패배로 자신이 물러났던 당대표 자리에 석 달 만에 다시 나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전례가 있다. 앞서 이재명 대표 역시 2022년 3월 대선 패배 이후 석 달 만인 6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로부터 두 달 뒤에는 전당대회에 나와 당대표가 됐다. 그때 이미 선거에 패한 정치인의 책임과 성찰 논란이 제기됐다.
싸우면서 닮는다고 했던가. 시차를 두고 비슷비슷한 일이 좌우 진영만 바뀌어서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정치의 속성과 권력의 본능은 여야를 가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는 돌고 극과 극은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