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 26회 반도체 대전 SEDEX 2024 SK하이닉스 부스의 모습. /연합뉴스

6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보다 1.35% 오른 19만5800원으로 마감했다. 올 들어 38% 넘게 오르며 순항 중이다. 지난 9월 15일 모건스탠리가 ‘겨울이 곧 닥친다’는 보고서를 내고 SK하이닉스 목표 주가를 반 토막 냈던 소동이 언제였냐는 듯 잠잠해졌다. 문제의 보고서가 나온 이후에만 SK하이닉스는 20% 올랐다. 두 달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 흐름으로만 보면 모건스탠리 예측이 틀렸다는 건 명백하다.

게다가 글로벌 AI(인공지능) 반도체 업계를 쥐락펴락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결과적으로 모건스탠리 보고서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젠슨 황은 지난 4일 “SK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메모리)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6% 넘게 급등했다. 여의도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도 모건스탠리에 두 번 당했는데 결국 세 번째도 비슷한 패턴에 당했다”고 했다.

첫 번째는 2017년이었다. 그해 11월 모건스탠리는 ‘고마워 메모리, 잠시 멈출 시간’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삼성전자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일부 국내 증권사가 뒤를 쫓아 움직였다. 그러나 그 무렵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최대 호황을 누렸다.

두 번째는 2021년이었다. 모건스탠리는 그해 8월 ‘메모리 반도체, 겨울이 오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고, SK하이닉스 목표 주가를 반 토막 냈다. 그때도 국내 증권사들은 또다시 목표 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은 계속됐다. 석 달 뒤 모건스탠리는 “예상보다는 ‘덜 나쁜’ 편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반성문’을 냈다.

올가을 벌어진 풍경도 3년 전과 판박이다. 모건스탠리가 낸 ‘겨울이 곧 닥친다’는 보고서는 AI라는 단어만 들어갔을 뿐, 복붙(복사+붙이기) 수준이다. 겨울이라는 상투적 표현이 반복됐다. 그러나 이번에도 국내 증권사들은 모건스탠리를 따라 목표 주가를 내렸다가 망신살이 뻗쳤다.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결국 모건스탠리는 이번에도 ‘반성문’을 발표하고 목표 주가도 상향 조정했다. 그러자 국내 증권사들이 우르르 따라서 올리기 시작했다. 줏대 없이 부화뇌동하자 ‘바보들의 행진’ 같다는 조롱을 들었다.

모건스탠리에서 국내 증시에 대한 보고서를 내는 아태지부는 홍콩에 있다. 그들은 국내 애널리스트들보다 현장 상황을 더 잘 알기 어렵다. 물리적 거리 때문에 현장 관계자들과의 스킨십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모건스탠리의 이런 약점을 안다. 그러면서도 휘둘리는 이유가 있다. 모건스탠리와 함께 틀리면 욕을 덜 먹지만, 반대로 했다가 틀리면 욕을 더 먹는다는 걸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움 받을 용기’를 내지 않으면 네 번째, 다섯 번째 ‘바보들의 행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여의도 증권가에 대한 신뢰는 추락을 거듭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