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는 우리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정치인이다. 정치 입문 3년 만에 제1야당 공동대표가 됐고, 지난 10여 년간 대선에 3번, 서울시장에 2번 도전했다. 보통은 정치를 20년 넘게 해도 엄두조차 못 낼 이력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022년 2월 27일 오후 전남 여수시 이순신광장 앞에서 유세를 위해 연단으로 오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 후보의 5차례 도전 중 4번이나 단일화 논의가 있었다는 점도 특이하다. 2011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것을 시작으로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와 단일화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먼저 단일화를 제안했다가 일주일 만에 거둬들였다. 윤 후보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며 만나자고 했지만, 안 후보는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잘랐다.

서로 다른 정치 세력이 연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단일화 결렬에는 양측 모두 책임이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 등 주요 당직자들이 단일화를 훼방놓는 듯한 발언을 했다. 윤 후보는 안 후보 제안에 답을 주지 않다가, 선거가 다가와 접전이 펼쳐지자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안 후보의 처신도 의아하다. 단일화를 할 경우 보통 양측이 여론조사 방식과 문항 등을 놓고 치열한 협상을 벌이게 마련이다. 안 후보도 과거엔 문구 하나를 놓고 며칠씩 줄다리기를 했다. 그러나 이번엔 단일화를 제안하면서 그 방식까지 본인이 못 박아 발표했다. 작년 서울시장 선거 때와 동일한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방식을 윤 후보가 수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지 의심스럽다. 과거 단일화 땐 안 후보 지지율이 문재인·오세훈 후보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았다. 엇비슷하거나 더 높은 조사 결과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윤 후보가 안 후보에 비해 줄곧 3~4배가량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 이런 것이 안 후보가 강조해온 ‘공정’이란 가치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안 후보가 여론조사로 윤 후보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여당 후보 지지자들의 ‘역선택’밖에 없다. 여당 후보와 싸울 야권 단일 후보로 여당의 역선택을 받은 사람이 나서는 것이 민주주의와 정당 정치 원칙에 맞는가.

안 후보가 윤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한 명분은 ‘정권 교체’였다. 10년 전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때도 같았다. 그때도 여론조사 방식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지만 그는 “정권 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사퇴했다. 안 후보는 “더 이상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새 정치에 어긋나고 국민에게 더 많은 상처를 드릴 뿐”이라고 했다. 이번 선거도 그 어느 때보다 정권 교체 여론이 뜨겁다. 대부분의 조사에서 ‘정권 유지’ 여론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게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이 분열되는 것은 어떻게 ‘새정치’에 부합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안 후보는 작년 오 시장과 단일화 때도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면 정권 교체가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럼 이번엔 단일화 없이도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는 것인가.

안 후보의 진심이 단일화에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안 후보는 작년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면서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시장에 당선되면 도중에 그만두고 대선 나가는 일 없다고 한 것”이라며 출마했다. 안 후보는 11년 전 정치에 입문하면서 “현 집권 세력은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고 있다”며 “역사의 흐름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저를 희생할 각오와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안 후보가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바란다. ‘현 집권 세력은 역사의 물결을 제대로 타고 있는가’ ‘안 후보 본인은 역사의 흐름에 도움이 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