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이 101년, 북한 노동당이 77년을 버텨온 데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조직부와 선전부를 당의 핵심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중국은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중 2명이 반드시 조직과 선전을 나눠 맡는다. 현재 자오러지 상무위원이 당 조직부장 출신이고, 왕후닝 상무위원은 장쩌민 시절부터 당과 지도자의 통치 이념과 선전을 담당해왔다. 북한은 더하다. 김정일은 당 조직지도부장을 직접 맡았고, 김정은은 당 선전선동부를 여동생 김여정에게 사실상 맡겼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당 조직 사업은 인사가 기본이다. 중공은 학력(學歷)만 보고 인재를 고르지 않는다.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왕양 상무위원은 가정 형편 때문에 중학교를 졸업하고 식품 공장 노동자가 됐다. 그러나 현장에서 능력과 리더십을 보이자 당 조직부는 그를 요직으로 끌어올렸다. 지금 중공 핵심 간부 중에는 학력(學歷)이 아니라 학력(學力)으로 발탁된 경우가 적지 않다. 출신 학교가 당내 성공의 절대 기준이라면 일선의 많은 당원이 지금처럼 기회를 잡으려고 노력과 충성을 바치지 않을 것이다. 중공 나름의 ‘공정’ 인사가 9600만 당원을 결속시키는 밑바탕이다.
공산당 지도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단어가 ‘분열’이다. 내부 권력투쟁은 선거를 하는 민주주의 국가보다 치열할 것이다. 패하면 권력뿐 아니라 전부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판이 결정되면 분열부터 봉합한다. 내전이 장기화하면 같이 죽는다는 걸 역사적 경험으로 안다. 중공에는 상무위원 7명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부서가 있다. 각 계파를 대리해 지방 간부부터 국영기업 임원까지 주요 인사를 사전 협의한다. ‘시진핑 독재’라고 하지만 자리를 독식하지 않는다. 상하이방과 공청단파 등 라이벌 계파의 몫도 챙겨준다. 공산당이 깨지면 나눠 먹을 이익이 아예 없어지기 때문이다. 중공 창당 직후부터 ‘분열로 깨질 것’이란 전망이 끊임없이 나왔지만 100년 정당이 됐다.
공산당 선전은 ‘지도자 만세’를 외치는 게 아니다. 민심을 읽고 다독이는 것이 목표다. 시진핑이 ‘공동 부유(富裕)’를 강조하는 건 지금 중국의 빈부 차가 ‘혁명 직전’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애민’ 운운하며 눈물을 보이는 것도 김씨 일가에 대한 북 주민 불만이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일당 독재인데도 민심의 파도가 얼마나 무서운지 안다.
지금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어떤가.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한다. 문재인 정부처럼 ‘남 탓’도 한다. 열심히 하면 국민이 알아주실 것이란 생각은 착각이다. 선전하지 않으면 아무도 뭘 하는지 모른다. 정책과 정보를 쥐고도 이슈 주도는커녕 야당 공세에 헛발 대응까지 한다. 선전의 기본을 모르는 것이다.
조직 사업은 더 심각하다. 임명한 주요 인사를 보면 서울대도 모자라 하버드대 학력(學歷)을 기록한 인사가 수두룩하다. 현실 문제를 푸는 학력(學力)은 어떻게 검증했는지 알 수 없다. 지역별, 성별 편중도 있다. 국민 눈에 ‘그들만의 리그’로 비칠 것이다. 국민 마음이 떠날 조짐을 보이면 국민 속으로 뛰어드는 게 정상적 정당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그들만의 싸움’을 시작했다.
어느 집권당이나 내분은 있기 마련이다. 10년 전 중국에선 시진핑 집권을 막으려는 암살 시도까지 있었다. 그래도 시진핑은 책임자급만 제거하고 당을 정돈했다. 내분을 오래 끌지 않는다, 반대 세력 전체를 적으로 돌리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을 지킨 것이다. 그 덕분에 지금은 공산당 총서기 3연임을 앞두고 있다. 조직과 선전의 승리다. 윤 정부와 여당도 참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