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 참석자가 “공매도에 대한 버핏 회장의 의견을 듣고 싶다”는 질문을 던졌다. 2001년은 인터넷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는 이른바 ‘닷컴버블’ 붕괴로 미국 주가가 급락하고 공매도가 활개를 치던 시기였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매각한 뒤 나중에 다시 사서 갚는 매매 기법으로, 나중에 주가가 하락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

버핏은 주가 과열을 식히고 주가 조작을 잡아내는 순기능을 인정하면서도, 개인 투자자(개미)들이 실행하기엔 굉장히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투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100년 전인 1901년 뉴욕타임스 1면에 났던 기사 2건 얘기를 꺼냈다.

공매도에 대한 워런 버핏의 메시지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공매도는 필요하다. 하지만 위험하다. 누군가 이 역할을 해야 하지만 굳이 개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들 필요는 없다.’ 버핏의 조언을 따르면, 공매도는 초보가 뛰어들기에는 ‘너무 위험한 운동장’이다./조선일보 DB

첫 번째 기사는 미국의 철도 재벌이던 에드먼드 해리먼과 제임스 힐이 노던퍼시픽이라는 철도회사를 차지하기 위해 주식 매집 경쟁을 벌인다는 내용이었다. 양측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70달러이던 노던퍼시픽 주가는 단숨에 1000달러까지 급등했다.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들은 쾌재를 불렀겠지만, 반대로 과열된 주가가 당연히 떨어질 것으로 믿고 공매도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죽을 맛이었을 것이다. 주식을 되사서 갚아야 하는데, 값은 값대로 오른 데다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식을 팔겠다는 사람이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이다. 이 기사 옆에 붙은 관련 기사는 빌린 주식을 갚지 못한 뉴저지주의 한 양조업자가 자신의 양조장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사연을 다뤘다.

국내에서는 공매도 세력이 마치 ‘악(惡)의 축’처럼 인식돼왔지만, 사실 세계 증시 역사에서는 공매도 투자했다가 쪽박을 찬 사례가 차고 넘친다. ‘공매도 세력에 대한 개미군단의 반격’으로 관심을 모았던 미국 ‘게임스톱 전쟁’에서도 헤지펀드 멜빈캐피털이 전체 운용 자산(125억달러)의 절반이 넘는 72억달러(약 8조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외신이 전했다.

게임스톱 이전에는 개미가 아니라 헤지펀드끼리 공방을 벌였다. 헤지펀드 운영자 빌 애크먼은 2012년 건강보조식품 업체인 허벌라이프를 다단계 사기라고 공격하며 공매도에 나섰다가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칼 아이칸의 역습을 받았다. 아이칸이 이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여 주가를 끌어올리는 바람에 애크먼은 수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버핏은 2006년 주총에서 공매도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20달러어치 (주식을) 사면 20달러를 잃을 수 있다. 하지만 20달러를 공매도하면 무한대로 손실을 볼 수 있다.” 최악의 경우라도 투자금만 날리는 일반 주식 투자와 달리 전 재산을 탕진할 수 있는 공매도의 위험성을 설명한 것이다.

정부는 5월 3일부터 대형주 350개에 한해 공매도를 재개하는 대책을 최근 발표했다. 개미들에게 공매도할 주식을 빌려주는 증권사 수를 늘리고, 빌리는 비용도 낮춰주겠다고 했다. 공매도는 개미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간과한 게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해진다고 해서 정보력과 자금력을 갖춘 외국인과 기관 같은 프로 선수들을 상대로 아마추어인 개미가 승리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부분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경기장에 초보 선수를 마구 입장시키는 것보다는 프로들이 반칙을 일삼지 못하게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대안일 것이다.

공매도에 대한 버핏의 메시지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공매도는 필요하다. 하지만 위험하다. 누군가 이 역할을 해야 하지만 굳이 개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들 필요는 없다.’ 버핏의 조언을 따르면, 공매도는 초보가 뛰어들기에는 ‘너무 위험한 운동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