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서울과 수도권에서 전세난과 집값 상승세가 더 심해지고 있다. 국토부 장관이 “부동산 대책이 8월부터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하고 청와대 비서실장이 “집값이 안정화 추세”라고 주장했지만, 통계로 확인된 현실은 반대다. 정부 공인 한국감정원 집계로도 8월 서울 주택 매매 가격이 전달보다 0.42% 올랐다. 40평형대 아파트 매매가는 사상 처음으로 평균 20억원선을 넘어섰다.

전세 시장은 바짝 말라붙었다. 전월세 기간을 4년으로 늘리고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한 임대차법 영향으로 전세 매물이 더 줄고 전셋값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서울 강남권에선 4000~6000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도 전세 매물이 1~2건에 그칠 정도로 매물 품귀 현상이 더 심해졌다. 강남 3구 아파트 전셋값은 한 달 새 1억~2억원 이상 오른 곳이 부지기수다. 지은 지 30~40년 돼 상대적으로 쌌던 재건축 아파트 전셋값까지 한 달 새 수억원씩 치솟는 양상이다.

강남권에서 밀려난 세입자들이 강북권에서 대체재를 찾으면서 중계동·봉천동·신도림동 등지의 전용면적 84㎡ 아파트 전셋값도 5억~6억원선까지 치솟으며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전셋값 폭등은 중저가 아파트 매매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노원·도봉·강북·금천·관악·구로구의 전용면적 84㎡ 아파트 시세가 9억원 선에 육박했다. 4인 가구 중위소득 기준으로 16년치 소득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것이다.

이사철 전세 대란은 두더지 잡기식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자초한 것이다. 분양가 규제로 ‘로또 청약’을 만들어 전세 대기자를 대폭 늘려놓고는 재건축 집주인 2년 이상 실거주, 전⋅월세 기간 4년 보장,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폐지 등 매물 공급을 제약하는 규제를 쏟아냈다. 그런데도 민주당과 정부 당국자들은 “부동산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우긴다. 진단이 잘못된 데다 억지까지 부리니 해법도 기대할 수 없다. 심상치 않은 이사철 전세난이 주거 취약층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