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으로 지명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이 30일 오전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에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을 지명했다. 법을 바꿔 야당의 공수처장 비토권(거부권)을 없애고 후보자 추천위를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소동 끝에 문 대통령이 원하는 후보를 낙점한 것이다. 그런데 김 지명자는 수사 지휘나 조직 운영 경험이 거의 없다. 3년간 판사직과 12년간 로펌 변호사 생활 뒤 2010년부터 헌법재판소에서 선임연구관 등으로 일했다. 유일한 수사 경험은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특검에서 2~3개월간 특별수사관으로 참여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도 김 지명자가 누군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심지어 여당 내에서도 잘 모른다고 한다. 신설된 국가 형사사법기구 수장에 이런 사람을 앉힌 것이다.

김 지명자는 워낙 생소한 인물이어서 문재인 정권과 무슨 인연으로 이 정권이 이토록 집요하게 공수처장으로 밀어붙였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그는 이 정부에서 법무부 인권국장에 지원했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이강국 헌재소장 비서실장이었을 땐 후임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를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언행을 했다는 뒷말도 나온다. 그러나 주변에선 “자기 색채가 옅은 사람”이라고 한다. 바꿔 말하면 위의 지시에 순응할 것이란 얘기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정반대라는 것이다.

공수처는 공직자 비리 수사처이지만 실제로는 그 이름과는 달리 정권 비리 수사를 막는 곳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등 정권 불법 수사를 강제 이관받아 뭉갤 수 있다. 그런 역할이라면 소신이 뚜렷한 인물보다 통제하기 쉬운 인물이 필요했을 것이다. 실질적 지휘권을 휘두를 공수처 차장은 강성 친문(親文) 인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차장은 처장이 제청해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청문회나 인사위원회 검증 절차도 없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에는 민변 출신 변호사와 시민단체 출신들이 대거 들어올 것이다. ‘수사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진입 장벽도 이미 없앴다. 인사위원회를 거쳐야 하지만 이 또한 숫자로 밀어붙일 것이다. 이들은 다음 정부까지 계속 남아서 ‘문재인 호위대’ 역할까지 할 수 있다. 윤석열 총장을 비롯한 정권 비위 수사 검사들이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도 파다하다.

청와대는 이날 추미애 장관 후임으로 친문(親文)의 박범계 의원을 내정했다. 민주당 법무장관이 나라를 이 난장판을 만들었는데 그 후임을 또 민주당 장관으로 지명했다. 그는 과거 윤 총장이 자신들 마음에 들 때는 추켜세우다가 문 정권 불법을 수사하자 맹비난했던 사람이다. 추미애 ‘시즌 2′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