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개재 가능성을 언급했다. /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에 대해 “국민들 의견에 맞춰서 충분히 재고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한울 3·4호기는 원래 2022·23년 준공 예정이었지만 문 정부의 탈원전 선언 이후 건설이 중단됐다. 이 후보 발언은 여론 찬성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지난 몇 년간 여론조사에서 지속적으로 ‘원전 찬성’이 70% 나왔던 걸 알고서 한 얘기일 것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탈원전은 망하러 가자는 얘기”라는 등 ‘탈원전 폐기’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

여야 대선 후보뿐 아니다. 문 정권 사람들도 최근 줄줄이 탈원전 고수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민주당 대표는 “대표가 되자마자 (문 대통령에게) 우리가 (원전 사업을) 멈추면 중국·러시아가 세계 원전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산자부 장관은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개발에 8년간 약 4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했고, 한전·한수원 사장도 원전 건설 재개에 찬성하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원전 정책을 다루거나 영향을 미칠 위치에 있는 책임자들 대다수가 탈원전에 더 고집을 부려선 안 된다는 생각을 공개해온 것이다.

사실은 문 대통령 본인도 탈원전에서 벗어나는 취지의 발언을 하곤 했다. 지난달 체코 총리와 회담에서 원자력 수출 협력을 요청하면서 “한국의 전문성과 체코의 제조 기술력이 결합한다면 호혜적 성과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엔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원전 수출 분야에서의 양국 협력에 합의한 바 있다.

결국 이 정권 임기가 끝나면 탈원전은 폐기 경로를 밟게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다만 대통령 한 사람의 자존심을 생각해서 다들 이리저리 돌려 말하고 있을 뿐이다. 돌이켜 보면 2017년 가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서 ‘건설 재개’가 결정됐을 때 탈원전을 공식 폐기했어야 했다. 당시 국민 의견이 확인됐는데도 대통령의 고집 때문에 정책을 바로잡을 기회를 놓쳐 국가 경제에 엄청난 상처를 남긴 채 4년의 세월을 허송하고 말았다. 그 ‘잃어버린 4년’이 장래 큰 부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