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오른쪽)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토부가 내년도 토지·단독주택의 표준 공시가격을 각각 10.2%, 7.4%씩 인상했다. 내년 3월 말 발표될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시가도 그간의 집값 오름세를 감안하면 올해의 19.1%보다 높은 20% 이상 선에서 인상률이 정해질 것이 확실시된다. 재산세·종부세와 건강보험료 등 60여 개 행정 지표의 산출 기준이 되는 공시가의 큰 폭 인상에 따라 내년에도 국민 부담이 더욱 가중되게 됐다.

공시가 인상은 정부가 잘못된 정책으로 집값·땅값을 올려 놓고는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긴 결과다. 그동안 세금 급등에 대한 우려가 쏟아져도 꿈쩍 않던 정부·여당이 선거가 다가오자 납세자 부담을 한시적으로 낮춰주겠다며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이재명 후보 요구로 민주당은 실질 공시가 1년 동결, 고령 1주택자 종부세 납부 연기, 종부세 부분 완화 등을 추진키로 했다. 그토록 완강하던 정부도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를 제외하고는 긍정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선거 일정에 맞춰 내년 한 해만 땜질 식으로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홍남기 경제 부총리는 세금 감면 안의 발표 시점이 “내년 3월 중”이 될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결정만 내리면 방안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이유가 없다. 두 달 이상 시간을 끌면서 선거일이 있는 ‘3월 중’으로 날짜를 잡은 것은 누가 봐도 “세금 깎아줄 테니 표를 달라”는 매표 행위로 보여진다. 작년 총선 직전에 전 국민 재난 지원금 지급을 발표하고, 아동쿠폰 4개월치를 앞당겨 뿌린 것과 다를 게 없다. 대선 직전에 또 ‘깜짝 쇼’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애타는 것은 납세자들이다. 자신이 보유세 경감 대상에 포함될지, 세금 경감 폭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알려면 두 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 얼마나 낼지 짐작조차 못하는 세금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일관성과 투명성, 예측 가능성을 갖춰야 한다는 조세 원칙을 무너트린 것이다. 부동산 문제도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는 문재인 정권이 세금 폭탄을 떠안긴 것으로도 모자라 부동산세를 ‘깜깜이 세금’으로 만들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