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연 2.2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석 달 연속 인상한 것도, 한 번에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이른바 ‘빅 스텝’을 밟은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0여 년간 계속돼온 저금리 시대의 종언을 공식화한 것이다.

금리를 올리면 경제 주체들에 충격을 주고 경기를 냉각시킨다. 그런데도 금리를 빠르게 올릴 수밖에 없는 것은 인플레이션과 환율 불안 등의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년 만에 가장 높은 6.0%였다. 7월로 예정된 전기 요금 인상 등이 반영되면 물가 상승률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예고하는 기대 인플레이션도 10여 년 만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환율은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던 2009년 이후 최고치로 올라가 위험 수위에 다가섰다. 고물가와 고환율이 한국 경제가 당면한 최대의 현안이 됐다. 다른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금리를 올리는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8월에도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 대응을 위해 급속한 금리 인상에 착수한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은 내년까지 10~11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지난 6월 금리를 0.75%포인트를 올렸다. 이달 하순에도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질 경우 자본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더 하락할 위험성이 크다. 원화 약세(환율 상승)는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고(高)물가와 무역수지 적자도 부른다. 한은이 미국의 금리 움직임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금리 상승은 취약 계층부터 타격을 준다. 빚 많은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버티기 힘든 한계 상황으로까지 내몰리는 곳도 나올 것이다. 가계 대출이 1800조원을 넘어서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부담해야 할 이자가 연 18조원 늘어난다. 코로나 와중에 빚으로 버텼던 자영업자, 초저금리 시대에 빚 내서 집 사고 주식·코인에 투자했던 젊은 층에 이자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지 않는 범위에서 부채 취약 계층의 채무 구조 조정 및 구제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가동해야 한다.

금리 인상은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를 가라앉게 만든다.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규제를 풀고 기업 의욕을 북돋아주는 친기업 정책으로 민간 활력이 살아나도록 해야 한다. 특히 금리 상승에 따른 타격이 클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세밀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와 가계, 기업 등 각 경제 주체들 모두 다가올 고금리 시대의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