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일 전남 나주 '한전공대(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다목적 광장에서 제1회 입학식 및 비전 선포식이 진행되고 있다./한전공대 제공

올해 30조원 적자가 예상되는 한전이 지난 3월 전남 나주에 개교한 한전공대에 307억원을 추가 출연한다고 공시했다. 이미 2019년 이후 1200억원을 쏟아부었는데 캠퍼스 건설비와 운영 자금 명목으로 또 거액을 내놓은 것이다. 10년간 소요 비용 1조6000억원의 절반을 한전이 부담하도록 문재인 정부가 법으로 못 박았기 때문이다.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여 한전을 부실덩어리로 만들어 놓고 이래도 되는가.

‘전기료 인상 없는 탈원전’이란 어불성설을 내건 문 정부가 5년 내내 전기 요금을 사실상 동결하면서 한전은 146조원 빚더미에 올라 있다. 올해 부담할 회사채 이자만 2조원이 넘는다. 새 정부는 지난달 한전을 ‘재무 위험 기관’으로 지정하고 관리에 들어갔다. 5년 내내 묶였던 전기 요금 인상도 재개했지만 한전의 부실을 덜어내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치솟는 물가와 서민 생활고 때문에 전기료를 큰 폭으로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당장 산소호흡기를 달고 대수술을 해야 하는 회사가 ‘문재인 공대’로 불리는 곳에 무슨 수로 계속 돈을 댈 수 있나.

한전공대는 호남 표를 노린 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순전히 정치 논리로 탄생한 학교다. 안 그래도 학생이 줄어들어 전국 대학의 4분의 1이 문을 닫아야 할 판인데 무슨 대학 신설인가. 바로 인근의 광주과학기술원을 비롯, 전국 유수 대학들이 에너지 관련 학과를 이미 운영 중이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정권 임기 종료 직전인 올 3월 초 허허벌판에 건물 한 동 지어놓고 개교식을 강행했다. 자리를 걸고 막아야 할 한전 사장은 도리어 앞장섰다. 올해 신입생 110명을 뽑은 한전공대는 내년도 신입생 모집 요강도 발표했다. 이렇게 학생과 교원 수가 불어나면 나중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입학한 학생들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 이 어이없는 일을 끝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