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이 찬성 89인, 반대 61인 기권 53인으로 부결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 절반인 57명은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뉴스1

한국전력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높여주는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부결 사태는 국민의힘이 얼마나 나태하고 무사안일한 정당인지 다시 한번 보여준다. 이 법안은 한전의 경영 위기를 막고 전기료의 단기 급등을 막을 수 있는 시급한 내용이었다. 여야 합의까지 됐다. 그런데 법안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전체 115명 중 절반인 58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57명은 자리를 비웠다. 이 중 26명만 자리를 지켰으면 민주당 의원들의 무책임한 반대표에도 법안이 통과될 수 있었다.

김기현, 안철수, 윤상현 의원 등 당대표 출마 예상자를 비롯, 중진 다수가 불참했다.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윤한홍, 박성민, 정점식, 이용 의원 등도 없었다. 이들 상당수는 지역구 행사나 지방 당원 행사 등에 갔다고 한다. 정기국회 종료를 하루 앞두고 중요한 법안이 줄줄이 처리되는데 여당 의원 절반이 본회의에 불참했다. 왜 국회의원을 하나. 민주당 의원이 반대 토론에 나섰을 때 반박 토론에 나선 국민의힘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이러면서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집권 여당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은 “전기요금 인상 없는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여 한전을 빚더미에 올리더니 채무 위기 해결을 위한 채권 발행마저 막았다”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한전을 망가뜨린 민주당이 상임위 합의마저 저버리고 법안을 부결시킨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다. 하지만 국민의힘도 그런 야당을 비판할 자격이 있나.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도 누구도 책임지거나 사과하지 않는다. 뒤늦게 12월 임시국회에 재상정해 처리하겠다고 한다.

지난 6월 말 탈원전 전환과 전기요금 인상을 주제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총엔 전체 의원의 3분의 1인 40명만 참석했다. 당시 의원 58명은 친윤 핵심 의원의 행사장에 가 있었다. 침략을 당한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우리 국회 화상 연설 때도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은 불참했다. 세계에서 이런 집권당은 없을 것이다. 대선과 지방선거에 승리하고도 석 달 동안 집안 싸움에만 빠져 있었다. 최근에도 의원들 관심은 당권 다툼에 쏠려 있다. 무늬만 집권 여당일 뿐 국정엔 관심도 능력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