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4일 충북 청주시 SK하이닉스에서 열린 반도체 경쟁력 강화 지원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반도체 경쟁력 강화 특별법에 대해 '재벌 특혜', '지역차별' 등을 이유로 4개월째 발목을 잡고 있다는 사실은 무시한 채,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대비 27% 줄어들어 우려스럽다", "반도체 산업은 단순한 산업정책이 아니라 경제 안보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등 마치 딴나라 정치인처럼 말했다. 2022.12.14/뉴스1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SK하이닉스의 청주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수출 1위 품목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 대비 27% 줄어들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미래 산업 핵심인 반도체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동원하겠다”고도 했다. 반도체 지원 특별법을 발목 잡고 있는 야당 대표가 반도체 산업을 걱정하는 듯 말하고 있다. 표리부동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국회에서 4개월째 잠자고 있는 반도체법은 인허가, 인력 충원, 세제 등에서 경쟁국과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혜택을 주자는 법안이다. 공장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수도권 대학 반도체 학과 증원을 허용하며 시설 투자액 20%를 세액공제해 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재벌 특혜론’, ‘지방 차별론’ 등 억지 주장을 또 들고 나와 법안 통과를 방해하고 있다. 여론 비판이 고조되자 찬성 쪽으로 태도를 바꾸는 듯하더니, 이번엔 반도체법 통과시켜줄 테니 풍력발전법안을 함께 통과시키자면서 계속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0월 반도체 기업인 간담회에서도 “대한민국의 산업과 국익을 지켜야 하는 정치인으로서 매우 큰 책임을 느끼고 있다” “속도가 중요하다는 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하더니 반도체법 통과를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14일 SK하이닉스 방문 때도 이 대표는 수도권 대학 반도체 학과 증원에 대해 “지역 균형발전에 좀 반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거듭 밝혔다. 반도체 경쟁국인 대만이나 미국·중국 어느 나라도 지역 균형 논리로 반도체 인력 양성을 규제하지 않는다. 이 대표는 반도체 산업을 위해 무슨 노력을 하겠다는 건가.

반도체 산업은 기술 패권 전쟁의 향배를 가를 핵심 산업이자 안보와도 직결된 전략 자산이다. 미국은 반도체 제조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며 대만, 일본 등 동맹국들과 반도체 공급망 새판 짜기에 나서고 있다. 경쟁국들은 이런 흐름에 올라 타려고 국가 차원의 속도전,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한국 국회는 경쟁국과 비슷한 수준의 반도체 지원법마저 가로막고 있다. 이런 나라, 이런 국회가 또 어디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