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연구와 공론화를 충분히 마무리해서 이번 정부 말기나 다음 정부 초기엔 연금 개혁 완성판이 나오도록 지금부터 시동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내년 3월 국회 연금개혁특위에 국민연금 장기 재정 추계 결과를 제출하고 내년 10월에 개혁안을 확정·발표하겠다고 했다.

이 일정은 일반의 예상과는 크게 다르다. 현재 국회 연금개혁특위는 민간자문위에 올해 말까지 연금 개혁 방향을 결정하고 내년 1월 말까지 구체안을 만들어 제출하도록 한 상태다. 이를 토대로 2024년 4월 총선 전인 내년 상반기에 연금 개혁을 본격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특위 활동 시한도 내년 4월 말까지다. 그런데 ‘인기 없고 욕먹어도 해야 할 개혁을 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새 정부가 국회보다도 더 늦게 정권 말에나 개혁안을 확정하겠다는 것은 무슨 소리인가. ‘인기 없고 욕먹어도 할 일은 하겠다’고 말만 하면서 실제로는 그 시늉만 내려는 것 아닌가.

연금 개혁의 방향과 대략적 계산은 이미 나와 있다. 2018년 4차 국민연금 재정 추계가 나온 이후 정부가 전국을 돌며 토론회·공청회만 수십 번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다시 공론화해도 달라질 것이 거의 없다고 한다. 지금 국민연금 개혁에 필요한 것은 연구와 공론화가 아니라 대통령의 결단이다.

국민연금 개혁은 한마디로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것이다. 좋아할 사람이 없다. 하지만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인 보험료로 국민연금이 지탱될 수가 없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개혁을 늦추면 고통은 더 커진다. 그런데도 역대 정권은 인기 없다고 개혁을 하지 않고 미적거리며 임기를 흘려보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개혁안을 만든 복지부를 탄압하기까지 했다. 윤 대통령은 이런 포퓰리즘과는 전혀 다를 것이라고 다짐해왔다. “개혁은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각오를 실천해야 한다. 늦어도 2024년에는 새 연금 제도를 실행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