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등 노동계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중대재해 처벌 무력화하는 윤석열 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27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을 맞는다. 이 법은 노동자 사망 등 중대 사고가 발생할 경우, 회사 경영 책임자가 안전 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했는지를 따져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게 했다. 그런데 1년 시행 결과 법의 실효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산재(産災) 사고 사망자(644명)는 전년보다 39명 정도 감소했으나 도리어 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에선 사망자가 8명(248명에서 256명으로) 늘었다.

산재 사망을 줄이자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법이 사고는 막지 못하면서 기업 부담만 가중시킨다면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기업이 현장 안전 관리를 강화하기보다는 방어적 행동에만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현장에 그물 치고, 신호수 배치하고, 위험 주의판을 단다고 중대 재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기업들이 형사처벌을 의식해 안전 관리 매뉴얼 작성, 절차서 마련, 형식적 교육에 치중하느라 법률 컨설팅을 하는 로펌들만 돈을 번다는 평가도 있다. 기업들이 안전 보건 담당 공동 대표 자리를 만드는 일이 유행하면서, 경영 최고 책임자는 현장에 관심을 갖지 않아야 본인이 안전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본말전도다. 경영 책임자에 대한 법정형 수준이 과도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모호한 법 규정 때문에 수사도 장기화하고 있다. 사건 발생에서 기소까지 평균 8개월이나 걸렸다. 법 시행 이틀 만인 작년 1월 29일 발생한 삼표산업 사건은 지금도 검찰에 계류돼 있다. 고용부 근로감독관도 수사 때문에 정작 중요한 현장 안전 감독에 나설 시간이 없다고 한다. 감독관이 사고 예방이 아니라 사고가 난 다음 그걸 조사하는 데 매달리고 있다. 과학적 분석과 대책 없이 감정적 처벌만 내세우면 산재는 줄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