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기현 후보가 “지금 당대표는 대선의 꿈을 가지면 안 된다”면서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부딪치면 당이 깨질 수 있고 차마 입에 올리기도 싫은 (대통령) 탄핵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쟁자인 안철수 후보가 되면 당이 분열하고 대통령 탄핵 사태가 올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비쳤다. 야당이 아닌 여당 경선에서 ‘누가 되면 대통령이 탄핵될지도 모른다‘는 것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주장이다.

탄핵은 공무원이 법을 중대하게 위반했을 때 발동되는 국가 중대 사태다. 특히 대통령 탄핵은 극히 예외적이다. 이제 임기 1년도 되지 않은 신임 대통령에게 아무런 범법 혐의도 없는 상태에서 탄핵을 거론한다는 것은 아무리 ‘탄핵을 막는다’는 명분이라고 하더라도 도를 넘어도 너무 넘은 것이다.

국민의힘 천하람·김기현·안철수·황교안 당대표 후보가 13일 제주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후보는 발언이 물의를 빚자 “현직 대통령 탄핵을 얘기한 게 아니라 아픈 과거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후보의 탄핵 발언은 경선에서 이기려는 계산된 발언일 것이다. 김 의원의 후원회장이 “안 의원이 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탈당해 신당 창당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해 논란을 일으킨 것이 불과 1주일 전이다. 그런데 또 ‘대통령 탄핵’까지 한발 더 나간 것이다. 선거용으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일은 흔히 있지만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너무 거칠고 경솔하다.

다음 여당 대표는 대통령과 호흡을 잘 맞춰 국정 운영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자신의 정치적 욕심보다는 국정 성공을 먼저 챙기는 태도가 필요하다. 여당 대표는 이 기본 책무를 잘 수행할 때 대선 후보로서 입지도 다질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여당 지지자들부터 등을 돌린다. 누가 대표가 되든 마찬가지다. 설사 대통령이 싫어한다고 공개한 사람이 대표가 되더라도 이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일반 의원이 아닌 여당 대표가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다는 것은 상식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경선에서 후보들은 저마다 윤심(尹心)을 앞세웠다. 나경원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 해임이 윤 대통령 뜻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가 대통령실의 반발을 샀다. 안 후보도 ‘윤·안 연대’를 내세우고 ‘윤핵관’을 언급해 공개 경고를 받았다. 경선이 온통 ‘윤심 논란’으로 얼룩지면서 당 개혁과 총선 전략은 실종돼 버렸다. 이래서야 국민에게 무슨 감동을 주겠나. 국정에는 무슨 도움이 되겠나. 대통령실은 ‘탄핵’ 발언에 “전당대회에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건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나 스스로 전당대회에 뛰어들어 여러 논란을 일으킨 것은 대통령실이다. 이 이해 못 할 논란과 분란의 가장 큰 피해자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