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해 7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뉴스1

문재인 정부 때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종편 재승인 심사를 총괄한 심사위원장(현 광주대 교수)이 TV조선의 심사 점수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방통위 주무 국장과 과장에 이어 심사위원장까지 줄줄이 구속된 것이다. 방통위 핵심 라인이 정권 마음에 들지 않는 종편 방송을 손보기 위해 조직적으로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는 뜻이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부 조직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

2020년 심사에서 TV조선은 재승인 기준 점수를 넘었다. 그런데 이를 안 방통위 담당 국장과 과장이 심사위원장에게 평가 점수를 알려주며 점수표 수정을 요청했고, 심사위원장은 이들과 함께 심사위원들에게 점수를 수정하게 했다. 일부 심사위원들이 ‘공적 책임과 공정성’ 점수를 깎아서 다시 제출토록 한 것이다. 이 때문에 TV조선은 점수 미달로 ‘조건부 재승인’ 처분을 받았다. 재승인 기간도 법정 4년이 아닌 3년으로 줄었다. 방송의 중립성을 지켜줘야 할 방통위가 인허가권을 이용해 불법까지 서슴없이 저질렀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실무 공무원과 외부 출신 심사위원장이 이런 불법 조작을 자기 맘대로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검찰은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직권을 남용해 부당한 지시를 내린 정황이 있다며 피의자로 입건하고 집과 사무실, 휴대전화를 압수 수색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지금껏 납득할 만한 해명 한마디 없이 혐의를 부인하고만 있다.

방통위원장은 방송에 대한 막강한 규제권을 갖고 있어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자리다. 한 위원장은 문 정부 내내 정권 하수인 노릇을 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사퇴를 거부하며 자리를 지키더니 방통위의 조직적 불법 조작이 드러났는데도 책임지지 않고 버티고 있다.

종편 재승인은 방통위 업무 중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일 중 하나다. 여기서 이런 조작 범죄가 벌어졌는데 위원장이 몰랐을 수 있나. 공무원과 외부 심사위원장이 방통위원장의 지침 없이 보고도 하지 않은 채 이런 일을 저지르긴 힘들다. 한 위원장은 점수 조작이 어떻게 일어났고 누구의 지시로 이뤄졌는지 직접 밝혀야 한다. 어차피 검찰 수사에서 전모가 밝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