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자신에 대한 재판에 처음 출석했다. 대장동 비리 의혹 등 이 대표에 대한 각종 수사가 시작된 지 1년여 만의 출석이다. 첫 재판은 이 대표가 방송 인터뷰 등에서 대장동 사건으로 수사받다 극단 선택을 한 고 김문기 성남도개공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해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이 대표 변호인은 이 대표가 김씨를 몇 차례 만났더라도 ‘알지 못했다’고 한 것은 허위 사실이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씨를 몰랐다는 것은 주관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몇 번을 만났어도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김씨가 극단 선택을 한 것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김씨가 스스로 목숨까지 끊어야 할 이유가 무엇이고, 김씨와 대장동 사건의 총책임자인 이 대표는 어떤 관계냐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 대표 말대로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라면 김씨가 대체 왜 극단 선택까지 했느냐는 것은 상식적 의문이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휴정 후 재개된 1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3.03. 20hwan@newsis.com

이 대표는 나중에 김씨와 함께 해외 출장을 갔고, 골프까지 한 사실이 나오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선 성남시장 시절 김씨에게 수차례 대면 보고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사람의 기억력에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이 정도 관계인데도 ‘알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국민 상식과 크게 다르다.

지금까지 이 대표의 ‘모른다’는 해명은 한두 번이 아니었고 그때마다 그 해명과 다른 정황이 드러났다. 쌍방울 관련 의혹이 불거지자 “쌍방울과 인연은 내복 하나 사 입은 것밖에 없다”고 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해외로 도피했던 김 전 회장이 국내로 압송되자 “누군가 술 먹다가 (김 전 회장) 전화를 바꿔줬다고 하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빠져나갈 여지를 만드는 발언이었다. 이후 김 전 회장은, 이 대표와 여러 차례 통화했으며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이 대표 방북을 위해 300만달러를 북에 보냈다는 진술도 했다. 쌍방울 직원 수십 명을 동원해 북에 돈을 보냈다. 내복 하나 사 입은 인연밖에 없는 관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

이 대표는 이전에 경기지사 선거 토론에서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허위 발언을 해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이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해 지난 대선에 출마할 수 있었다. TV 토론에선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황당한 대법원 판결이었다. 그런데 또 선거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한국 사회가 거짓말에 관대하고 정치인의 거짓말은 흔하지만 이 대표는 너무 많은 사건에서 너무 많은 거짓말 의혹을 받고 있다. 극단 선택을 한 김문기씨를 ‘모른다’는 이 대표 말의 진위가 단순히 한 사건이 아닌 이유다. 이 대표 의혹이 시작된 이후 직간접 관련자가 사망한 사례가 3건에 달한다. 이 사건의 끝이 어디인지도 모를 지경이다. 재판을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

앞으로 이 대표 재판은 본류인 대장동 사건과 백현·위례 사건, 성남FC 사건 등으로 줄줄이 이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체포 동의안이 다시 제출될 수도 있다. 그때마다 정치가 요동치게 된다. 민주당은 이 문제에 내내 끌려다녀야 되고 국회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 개인의 의혹이 일파만파를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