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대통령실 제공)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해법을 6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혜택을 받은 우리 기업들이 피해자에 대한 법적 배상금을 먼저 변제해 주는 방안이 기본 뼈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한국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를 통해 ‘미래청년기금(가칭)’을 공동 조성하는 방안도 양국 정부가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대법원이 징용 배상 판결을 내린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등이 게이단렌 회비나 기여금을 내는 형식으로 참여한다고 한다. 징용 피해 배상은 한국 측이 하되, 일본 측은 거기 들어갈 돈을 양국 미래 세대를 위한 기금으로 낸다는 것이다. 일종의 ‘간접 배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대리 변제 방안은 국내에서 반대 여론이 강하다. 피해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정부로선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 그런 사정을 저울질한 문재인 정부는 징용 판결 문제를 시종일관 방치했다. 오히려 반일 몰이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면서 한일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번 사태는 2018년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 판결을 확정하면서 시작됐다. 판결 그대로 일본 기업의 배상을 받아내야 한다는 국민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 측은 개인 배상을 포함한 징용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완전히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판결에 따라 강제처분을 할 경우 한일 관계는 벼랑 끝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을 처분해도 배상액에는 크게 부족하다고 한다. 또 일본이 불복해서 국제 소송으로 갈 경우 승산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문제의 대법원 판결이 외교 정책에 영향을 미칠 판결을 삼간다는 ‘사법 자제’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징용 문제에 발목 잡혀 있는 양국 관계를 언제까지나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미국과의 동맹에 안보를 기대는 공통분모를 지닌 두 나라의 협력이 북한 핵, 중국 패권주의, 반도체·에너지 문제 대응에 필수적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한국이 돈이 없어서 일본 기업의 참여를 요구한 것이 아니다. 일본 측도 잘 알 것이다. 일본 정부는 과거 협정만 내세우지 말고 한국 정부의 결단에 호응해야 한다. 그에 따라 이번 합의의 지속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다. 징용 합의가 과거 위안부 합의의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의 새로운 발판이 될지는 이제 일본의 후속 조치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