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통계청은 전국 초·중·고교 약 3000곳에 재학중인 학생 7만4000명가량을 대상으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를 공동 실시한 결과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이 역대 최고치인 26조원을 기록했다. 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대형 상가에 2층부터 7층까지 학원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박상훈 기자

지난해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치인 26조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학생 수가 1% 가까이 줄었는데도 사교육비 총액은 10.8%나 증가해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사상 최고치를 보였다. 사교육 참여율(78.3%),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52만4000원)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워 우리 교육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초등학교 사교육비가 13.1%나 급증했다. 초등학생까지 사교육에 본격 뛰어들었다니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정부는 코로나로 학습 결손 우려가 커지면서 사교육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했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의 핵심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사교육비가 계속 증가해 온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적극적인 사교육 경감 대책을 추진한 결과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년 연속 사교육비가 감소했다. 특히 2009년 방과 후 학교에 교과 교육을 포함하고 2010년 EBS 교재의 수능 연계율을 70%로 올린 것이 효과가 컸다.

주춤하던 사교육비는 2017년 18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26조원까지 늘어났다. 정부가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결과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해 “5년 내내 사교육비 경감 대책 없이 실효성 없는 방안만 반복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다 2019년 EBS 교재 연계율을 50%로 낮추겠다고 발표하고 2014년 방과 후 학교에서 선행 학습을 금지한 것 등이 사교육 의존도를 더욱 높였다.

사교육비가 늘면서 학생들 역량이나 우리나라 학문 수준이 높아졌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나라 전체적으로 보면 무엇을 위해 이런 낭비와 고통을 자초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런 나라에서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겠나.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까지 떨어져 세계 최악이다. 저출산의 핵심 이유로 주택난, 취업난과 함께 높은 사교육비가 꼽히고 있다. 대학 서열화를 없애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근본 대책부터 당장 눈앞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까지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