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강제동원 굴욕해법 강행 규탄 및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2차 범국민대회'에서 발언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1일 시민단체들과 공동 주최한 ‘강제 동원 정부 해법 규탄대회’에 참석해 “윤석열 정부의 굴욕 외교를 심판하자”며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인 전형수 씨의 장례 발인식이 치러진 몇 시간 뒤였다. 전씨는 성남FC 후원금 사건과 관련, 이 대표와 공범으로 수사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전씨는 유서에서 “이 대표님,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십시오. 더 이상의 희생자는 없어야지요”라고 썼지만 이 대표는 전씨 장례식 당일에 장외 정치 투쟁에 나섰다.

이 대표는 집회 맨 앞줄에서 피켓을 들고 “윤 정부 규탄”을 외쳤다. 그는 “자위대의 군홧발이 다시 한반도를 더럽힐 수 있다”고 했다. 미·일이 한국을 일본에 넘기기로 합의한 구한말 역사를 꺼내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까지 언급했다. 가능성 없는 억지 주장으로 정부의 징용 해법을 비난한 것이다. 이 대표는 수사에 대한 방탄을 위해 반일·반정부 카드를 꺼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씨 죽음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전날 6시간 반을 기다리다 빈소에 조문했다. 민주당은 “빈소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댔지만 유족들은 “처음에 거부했다. (하지만) 오지 말라고 해도 안 올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전씨는 유서에 “(이 대표) 본인 책임을 알고 있지 않느냐. 측근을 진정성 있게 관리해 달라”고 썼다고 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검찰의 과도한 압박·조작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이냐”고 했다.

이 대표 수사와 관련해 지금까지 5명이 숨졌지만 이 대표는 한 번도 책임을 인정한 적이 없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유한기 전 본부장과 김문기 전 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때 “어쨌든 명복을 빈다”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관련인이 사망했을 때도 “이재명과 무슨 상관이 있나”라고 했다. 김 전 처장 유족은 “8년 동안 충성을 다해 봉사한 아버지에게 조문이나 애도 한 번 하지 않고 어떻게 모른다고 하느냐”며 분노했다.

전씨 장례 당일, 이 대표가 정치 선동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본 전씨 유족들 심정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전씨 죽음에 도의적 책임을 표하면서 자숙하고 애도하는 게 정치의 상식이자 인간의 도리다. 5명의 연이은 죽음 앞에서 어떻게 이렇게 당당하고 남의 일인 양 행동할 수가 있나. 민주당 안에서도 “그가 당대표인 것이 한없이 부끄럽다” “5명 목숨보다 정치 생명 지키는 게 중요한가”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최소한의 인간적 도의나 책임감, 미안함이 없다면 정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