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의 해수담수화 공장은 바닷물을 담수로 바꿔 인근 주민들에게 공급하려고 공사비 2000억원을 들여 2014년 말 완공한 시설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시설에서 11㎞ 떨어진 고리 원전이 있으니 ‘방사성 물질이 검출될 수 있다’는 괴담이 돌면서 발목이 잡혔다. 이 괴담 때문에 9년째 가동을 못 하고 있어서 2000억 시설이 고철로 변하고 있다고 한다.

환경 단체 등은 “원전이 가까우니 삼중수소 같은 방사성 물질이 섞여 있을 수 있다”고 주민 불안을 부추겼다. 그래서 시설로 들어가는 바닷물과 생산한 담수 수질을 수백 번 과학적으로 검사해야 했다. 검사 결과 단 한 번도 기준치(리터당 1~1.4베크렐) 이상으로 나오지 않았다. 삼중수소는 자연 상태에서도 생성돼 강물에선 1~2베크렐, 연안 해수에선 0.5~1베크렐이 나오는 것이 정상이다. 국내 검사 결과를 믿지 못한다고 해서 미국에도 열 번이나 검사를 의뢰해 식수로 ‘안전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그런데도 환경 단체 등은 막연한 불안을 계속 조장했다. 결국 이런 괴담에 불안을 느끼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해 시범 가동도 멈춰야 했다. 괴담이 과학을 이긴 것이다.

26일 오전 부산 기장군 해수담수화 플랜트가 가동을 멈춘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 장련성 기자

해수담수화 시설로 들어가는 바닷물에서 기준치 이상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는데 어떻게 역삼투압 방식으로 처리한 담수에서 삼중수소 등이 나올 수 있나. 불가능하다. 그 바닷물에서 자란 생선 멸치회와 미역은 마음껏 먹으면서 그 바닷물로 만든 식수는 위험하다고 하는 것 자체가 비상식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선 괴담이 막연한 불안을 부추겨 과학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광우병, 사드 전자파, 세월호 잠수함 충돌 등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우리의 경우 과학의 역사 자체가 일천하고 사회 전체에 합리적 사고의 전통과 기반이 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적이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은 믿어야 한다. 그저 찜찜하다는 기분만으로 주민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2000억원 시설을 고철로 만드는 것은 21세기 선진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믿기 어렵다. 부산시와 환경부는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 활용 방안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연구 중이다. 괴담을 극복하는 사례를 하나씩이라도 쌓아가야 괴담으로 정치적·경제적 이득을 보려는 세력들이 발을 붙이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