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일 정상 확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했다. 지난 3월 윤 대통령 방일 이후 52일 만에 이뤄진 기시다 총리의 답방으로 양국 정상이 빈번하게 상대국을 오가는 ‘셔틀 외교’가 12년 만에 복원됐다고 할 수 있다.

기시다 총리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 역대 일본 내각의 입장을 계승하는 것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식민 지배 당시) 어려운 환경 속에서 많은 분들이 매우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데 대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사죄와 반성’을 언급하는 대신에 강도 낮은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한국 사회가 바라는 데는 미치지 못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왕복 외교 복원으로 최근 1년간 동아시아에서 가장 뚜렷한 변화를 만들어 낸 주역들이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양국 관계를 질식시켜 온 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배상하는 방안으로 돌파구를 열었다. 그러자 기시다 총리가 방일한 윤 대통령을 국빈(國賓)처럼 환대한 데 이어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두 정상은 오는 19일 일본 히로시마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다시 만날 계획이다. 히로시마 평화공원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찾아 참배도 한다.

지난 1년간 신뢰를 쌓은 양국 정상은 한일 신(新)시대를 열었던 김대중-오부치 관계를 재현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1998년 DJ·오부치 선언은 “한일 관계를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며 양국 관계를 획기적으로 도약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2002년 고이즈미 일 총리의 방북, 2003년 북핵 6자 회담도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일 양국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주변 국가를 위협하는 해양굴기(海洋崛起)로 더욱 큰 협력이 절실하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공동 대응할 필요성도 어느 때보다 커졌다. 더욱이 두 나라는 경제 위기, 인구 감소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에 얽매여 있을 시간이 없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한국의 반일(反日) 좌파와 일본의 혐한(嫌韓) 우파에게 휘둘리지 않고 미래로 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윤 대통령이 국내 정치의 부담을 안고 선도한 한일 관계 개선 노력에 기시다 총리가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용기와 성의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