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 간판. /연합뉴스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서 사이버 보안 위험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데이터·운송·금융 등 정보 인프라의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미국이 같은 이유로 중국의 화웨이·ZTE에 대한 제재를 내린 지 4년 만에 중국이 반격에 나선 것이다. 미·중 반도체 전쟁이 서로 제재를 주고받는 본격적인 대결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중국의 조치는 마이크론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지 불과 7주 만에 나왔다. G7 정상회의 폐막에 맞추려는 정치적 타이밍도 고려했겠지만, 중국이 전략적으로 준비된 반격 카드를 꺼낸 것으로 봐야 한다. 마이크론으로선 지난해 4조원의 매출을 올린 중국 시장이 막히면 타격이 크지만 중국 입장에선 마이크론에서 수입하던 낸드플래시는 YMTC 등 중국 기업에서, D램은 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조달할 수 있다. 미국 기업에 타격 주면서 자국에 필요한 공급망 차질은 최소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미·중 반도체 전쟁은 그동안 ‘칩4(한·미·일·대만) 동맹’과 ‘반도체지원법’ 등 미국의 일방적인 중국 포위 전략으로 진행됐다. 여기에 중국도 반격에 나서면서 반도체 진영 사이의 대립이 노골화되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어려운 선택의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제재로 우리 기업들이 단기적 이득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미국이 마이크론을 대체하는 반도체 수출을 자제할 것을 요청해올 수 있다. 세계 반도체 소비의 24%를 차지하는 중국이나 막강한 원천 설계 자산을 보유한 미국 모두 우리로선 놓쳐선 안 되는 나라다.

미·중 기술 전쟁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나 패배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최대 반도체 수입국인 중국 시장이 위축되면 미국의 반도체 산업도 영향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100조원 이상을 쏟아부으며 기어코 반도체 굴기를 이루려는 중국과, 중국을 제외한 반도체 공급망을 완성하려는 미국의 힘겨루기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점점 더 격화될 수도 있다. 이 살벌한 반도체 전쟁에서 우리는 국익을 최대화하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우리가 지렛대를 가지려면 세계 기술 경쟁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기술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