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징용 피해자 지원 단체가 피해자들에게 배상금 등의 20%를 내게 하는 약정을 제시해 체결했던 사실이 알려졌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 모임’은 2012년 미쓰비시 중공업 피해자 5명과 어떤 형태로든 돈을 받으면 20%는 단체에 지급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맺었다고 한다. 피해자가 아닌 수임인들이 먼저 돈을 받고 그다음 약속한 돈을 이 단체에 지급하도록 했다. 원천징수와 같은 것이다. 지난 3월 정부의 제3자 변제안에 따라 피해자가 판결금을 받자 실제로 이 약정을 이행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은 돈을 일제 피해자 인권 지원 사업, 기념 사업 등에 사용한다고 했으나 애초에 이렇게 강제로 할 일이 아니다.

자칭 시민 단체들이 그동안 숱한 논란을 일으켜왔지만, 이렇게 대놓고 ‘과거사 브로커’ 같은 행태를 벌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겉으로는 연로한 피해자들을 돕는 척하면서 뒤로는 잇속을 챙기고 있었다. 지식 없고 힘 없는 피해자들은 이들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시민 단체라는 탈을 쓴 사람들이 젊은 시절 징용으로 고초를 겪은 피해자들에게 돈을 모아서 돕지는 못할망정, 이들로부터 돈을 뜯어내다니 양심이 있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일본 전범기업이 아닌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배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13일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모습. 2023.1.13/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이 단체는 2009년 만들어진 후 징용 문제를 공론화하고 피해자들의 소송을 지원해 왔다. 상대가 있는 문제인데도 어떤 절충안도 거부했다. 내세운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실제는 한일 간 과거사 해결을 방해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단체를 보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돌본다고 하면서 후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한일 과거사 해결을 가로막고 그 뒤에선 돈을 챙겨왔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 단체는 문제의 약정을 통해서 피해자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강경 대응하도록 부추겼을 가능성이 있다. 이 단체는 최근 피해자 한 명이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수용할 것으로 알려지자, 이를 만류하는 취지의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들의 진짜 목적은 한일 간 과거사 해결을 막는 것 아닌가. 문재인 전 정부와 이들 단체는 그동안 징용, 위안부 문제에서 ‘피해자 중심주의’를 강조해왔는데 정말로 피해자를 위한다면 이들이 자유 의사에 따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한일 간 문제엔 일본의 진심 부족도 있지만 피해자들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실제로는 문제 해결을 방해하는 이런 단체들의 존재도 악영향을 미쳐 왔다. 그런 이면이 이제야 드러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