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병대 수사단장에서 해임된 박정훈 대령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을 밝힌 뒤 경례를 하고 있다. 군 검찰단 출석이 예정됐던 박 전 수사단장은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군 당국이 지난달 폭우 실종자 수색 도중 순직한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수사 책임자와 국방부의 주장이 엇갈리며 ‘외압’ ‘항명’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명령 체계가 중심인 군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 자체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해병대 수사단은 지난달 30일 국방장관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하고 사건을 민간 경찰로 넘기겠다는 결재를 받았다. 해병 1사단장 등 간부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다음 날 예정됐던 해병대의 언론 브리핑은 1시간 전 돌연 취소됐다. 뒤늦게 장관이 수사단 보고서에 대한 법률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며 해병대사령관을 통해 이첩 보류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수사단은 “장관의 명령을 명확히 하달받지 못했다”며 지난 2일 사건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그러자 국방부는 경찰로부터 사건 기록을 회수하는 한편,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을 해임하고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군 검찰에 입건했다.

실종자 수색 중 병사 사망 사고가 일어난 것은 심각한 사건이다. 구명조끼만 입었으면 생존 가능성이 높았기에 많은 사람이 안타까워했다. 그렇다고 해서 사단장을 포함한 간부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묻는다는 것은 도를 넘는다. 사단장 등도 지휘 책임을 면할 수 없겠지만 ‘과실치사’는 다른 문제다. 이런 식이면 부대 지휘가 어려울 것이다. 과실에도 직·간접이 있고 경중이 있다.

수사단의 조치가 과도하면 국방부 차원에서 일차적으로 거를 수 있었다. 그런데 국방장관이 수사단의 ‘8명 과실치사 경찰 이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결재를 했다고 한다. 그러다 대통령실이 수사단으로부터 사건 설명 자료를 받았고 그 후에 국방부 기류가 바뀌었다고 한다. 대통령실에서 ‘사단장 등 8명 과실치사’는 너무 지나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국방장관이 방침을 바꿔 사건 경찰 이첩 보류 지시를 했고 이에 박정훈 수사단장이 반발했다. 애초에 국방부 차원에서 조율할 수 있는 문제가 꼬인 것이다.

그 이후 양측의 모습은 더 보기 좋지 않다. 국방부는 박정훈 수사단장을 ‘항명 수괴’라며 수사를 지시했다. ‘과실 치사’가 지나친 만큼이나 ‘항명 수괴’도 지나치다. 같은 군 내에서 무슨 ‘항명 수괴’인가. 박 수사단장의 행태도 옳지 않다. 군 검찰의 소환을 공개 거부하면서 정치인 같은 말들을 하고 있다.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는 수사 참고자료일 뿐 어차피 정식 수사는 경찰이 하게 돼 있다. 경찰이 사건 기록을 전부 확보해 공정한 수사로 결론을 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