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대형 부동산 기업들의 연쇄 부도사태로 경제 위기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15일 베이징의 비구이위안 아파트 건설 현장 앞에서 중국인들이 '아파트 환불'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중국 최대의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의 부도에 이어 위안양이 회사채 상환에 실패하자 중국에서 부동산발 경제 위기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 GDP(국내총생산)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경색되면서 부동산 투자 비율이 높은 금융회사까지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그 여파로 110조원대 투자금을 굴리는 중국 최대 신탁 회사 중룽국제신탁이 지급 중단 위기에 빠졌다. 부동산발 위기가 금융권으로 전이되는 조짐이 나타나면서 자칫 ‘중국판 리먼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중국 경제는 당초 기대했던 리오프닝(코로나 종식 후 경제활동 재개) 효과는 간 데 없고, 수출·내수 모두 부진에 빠져 물가마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디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부동산 경색 조짐까지 나타나자 “1980년대 말 일본의 버블 붕괴와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는 단기 정책 금리를 내려 유동성을 추가 공급하며 위기 진화에 나섰지만, 부동산 업체들의 총부채가 100조위안(약 1경8000억원)에 달해 시장에선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보고 있다.

한국 수출의 23%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 중국의 위기는 한국 경제에도 초대형 악재가 아닐 수 없다. 환율이 뛰고 주가가 급락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에도 불안감이 전이되고 있다. 중국의 수요 부진 탓에 핵심 수출품인 반도체는 전년 대비 수출이 34%나 줄어드는 등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 금융가에선 한국 경제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2년 연속 1%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의 경제 위기가 심화되면 1% 성장도 어려워질 수 있다.

당장 중국 시장의 공백을 메울 대체 시장을 찾을 순 없겠지만, 중국 경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반드시 풀어야 할 한국 경제의 숙제다. 중국발 리스크가 금융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위기 방파제를 더 두껍게 쌓고, 수출 시장과 품목 다변화, 경쟁력 격차 유지 등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을 전방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