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2시쯤 민방위 훈련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시민들이 발길을 옮기고 있다. /뉴스1

23일 전 국민이 참여하는 민방위 훈련이 6년 만에 실시됐다. 문재인 정부가 중단시킨 훈련을 재개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작지 않다. 다만 훈련 내용은 매우 미흡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쏘면 서울에 떨어지는 데 6분 정도 걸린다. 공습경보가 울리기 전 이미 떨어졌을 수도 있다. 경보가 울리는데도 여전히 사람들은 거리에 있었고, 백화점은 쇼핑객으로 북적댔다. 지하철 역사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들이 훈련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1200가구 아파트 대피소에 초등생 1명만 대피한 경우도 있었다.

이러니 훈련이 끝나도 가까운 대피소가 어딘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행안부는 인터넷에 대피소를 소개했지만 실제 상황에선 인터넷이 끊길 가능성이 높다. 차량 이동 통제도 서울의 경우 세종대로, 국회대로, 동일로 등 3개 구간에서만 실시됐다. 나머지 도로에서는 차량이 질주했다. 시민들은 ‘설마’에 빠져 있고, 정부는 형식적인 훈련, 보여주기식 훈련에 그치고 있다.

북한 핵 공습 대비 훈련도 미흡했다. 화생방 무기는 음성 방송으로, 핵무기 때는 1분간 물결치는 듯한 사이렌 소리가 난다. 화생방 공격 시는 건물 내 높은 층으로 대피해야 하고, 핵 공격이 있으면 콘크리트 건물 지하 깊은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이런 사실은커녕 방독면 착용, 소화기 사용법조차 모르는 국민이 태반이다.

훈련의 목적은 반복 실시로 비상 상황에서도 기계적으로 행동해 안전을 확보하는 데 있다. 북 공습 뿐 아니라 지진 화재 대비 훈련도 실제 상황을 상정한 ‘체험 훈련’으로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 모두가 민방위 훈련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