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리종혁(가운데) 조선아태위 부위원장이 지난 2018년 11월 ‘제1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 대회’참석을 위해 경기도를 방문해 당시 이재명(왼쪽) 경기지사, 이화영(오른쪽)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기념 촬영을 했다. /연합뉴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진술을 또 번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애초 혐의를 부인하다 최근 검찰에서 “당시 경기지사이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대북 송금 사실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이재명 대표가 제3자 뇌물죄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자 그 뒤 이화영씨 변호인이 돌연 사임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계속 벌어졌다. 재판은 한 달 넘게 파행했다. 재판이 재개된 5일 새로 선임된 변호사가 “이화영씨 진술은 검찰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임의성(자발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조만간 이화영 전 부지사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뒤집은 진술을 또 뒤집겠다는 예고다.

이 재판에서 벌어지는 해괴한 일들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먼저 운동권 출신이라는 이화영씨 아내가 등장해 변호인 해임 신고서를 법원에 냈다. 변호사 때문에 남편이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그 직후 재판에서 이화영씨는 “(변호사 해임은) 내 의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아내가 법정에서 남편에게 “정신 차려라”라며 소리를 질렀다. 민주당은 “협박·조작 수사”라며 검찰청사에서 연좌 시위를 벌이고 사건 수사 검사들을 조직도로 만들어 공개했다. 민변 변호사가 등장해 이화영씨 진술을 부인하는 의견서, 재판부 기피 신청서를 낸 뒤 돌연 사임하고 법정을 떠나는 일도 있었다. 그러다 이번에는 새로 선임된 변호사가 진술 번복을 예고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재판에서 거짓말을 하고 이를 유도하는 것은 심각한 사법 방해다. 이재명 대표를 위한 쌍방울의 대북 송금은 관련자들이 다 인정한 상태다. 사건 성격상 이화영씨가 보고도 없이 혼자 일을 벌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검찰은 새 변호사의 진술 번복 예고에 어떤 내막이 있는지 밝혀야 하고, 법원도 흔들림 없이 재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