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민주당 황운하 의원에게 검찰이 11일 각각 징역 6년과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나머지 13명에 대해서도 검찰은 모두 징역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들이 재판에 넘겨진 지 3년8개월 만에 1심 재판이 끝난 것이다.

그사이 문 전 대통령의 ‘30년 친구’인 송 전 시장은 시장에 당선돼 임기를 다 채운 뒤 퇴임했고, 당시 울산경찰청장으로 국민의힘 후보를 수사했던 황 의원은 국회의원이 됐다. 재판 진행으로 볼 때 황 의원은 내년 5월까지 임기를 다 채울 것이다. 신속한 재판이 중요한 선거법 위반 사건은 1심 재판을 6개월 안에 끝내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아무리 강제력 없는 훈시 규정이라지만 이 정도의 재판 지연은 법원이 저지른 심각한 불의다.

2014년 문재인과 송철호 -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이었던 2014년 7월 울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송철호(왼쪽) 울산시장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사건은 문재인 정권 최대 불법 혐의 중 하나다. 문 전 대통령은 송철호 시장의 당선이 ‘소원’이라고 했다. 그러자 청와대 비서실 내 8개 조직이 그를 당선시키려고 하명 수사, 후보 매수, 공약 지원 등 선거 범죄를 저질렀다. 송 후보 측이 넘겨준 야당 후보 관련 첩보로 경찰에 수사를 지시했고, 경찰은 야당 후보가 공천장을 받던 날 그의 사무실을 덮쳤다. 야당 후보는 나중에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선거에서 낙선한 뒤였다. 청와대 핵심 실세들은 송 후보의 당내 경쟁자에게 총영사 등 공직을 제안하며 후보 매수를 시도했고, 청와대 행정관들은 송 후보의 공약을 사실상 만들어줬다. 검찰은 이날 이 사건에 대해 “유례를 찾기 어려운 반민주적 선거”라고 했다.

문 정권은 이런 총체적 선거 부정을 덮으려고 또 총력전을 폈다. 문 전 대통령 대학 후배로 친문 검사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관련자들을 기소하자는 수사팀 의견을 뭉갰고, 추미애 법무장관은 수사팀을 검찰 인사를 통해 공중분해시켰다. 수사를 지휘하던 윤석열 검찰총장을 몰아내려 징계도 청구했다.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오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미리 판사에게 사건을 맡겨 재판을 지연시켰다. 김 판사는 15개월 동안 유무죄를 가리는 공판을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고, 다른 판사들이 공판 날짜를 정하자 돌연 휴직을 신청했다. 조직 범죄단과 같은 행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최악의 재판 지연으로 이제야 1심 재판이 끝난 것이다. 문 정권의 불법을 그 수족이 된 검찰 간부와 법원이 덮고 뭉갠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일의 진상도 전부 드러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