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동료 의원들을 향해 "자기 당 대표를 팔어먹었다"며 "용납할 수 없는 해당 행위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발언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 가결 이후 민주당에서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에 대한 색출 광풍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연일 “당대표를 팔아먹은 해당 행위자에 대해 상응 조치를 취하겠다”며 몰아붙이고 있다. 25일로 시한을 못 박아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내지 않은 의원은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간주해 징계하겠다고 한다. 이재명 대표도 “당원들이 질책하고 고쳐 달라”고 호응했다.

친이재명계 원외 조직은 비명계 의원들의 실명을 일일이 거론하며 “구한말 나라를 판 매국노와 같다. 출당시키라”고 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친일파와 밀정(密偵)에 비유하며 “이들 세력을 청산해야 민주당이 더 깨끗하고 건강해진다”고 했다. 다른 친명 의원들도 “가결 의원들은 스스로 존재를 드러내고 심판을 받으라”고 했다. 애초 민주당은 부결 당론을 정한 적도 없었다. 의원들 각자 헌법기관으로서 체포의 정당성을 판단하면 됐다. 그런데 지금 와서 해당 행위로 몰고 있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은 전체 의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부결 표를 찍었는지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답하지 않으면 배신자로 낙인 찍겠다는 것이다. 체포안 표결을 비밀투표로 하도록 한 헌법 규정까지 무시한다. 공산 독재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일부 인사들은 “이 대표가 사퇴하지 말고 옥중 결재와 공천, 출마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는 10여 가지 불법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 왔고 구속영장도 두 번이나 청구됐다. 영장이 발부되면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이 대표를 지키겠다며 의회 민주주의의 상식조차 부정하고 있다.

이 대표와 친명계는 이를 위해 당 지도부를 친명 일색으로 바꾸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체포안 가결 책임을 씌워 박광온 원내대표를 억지로 끌어내렸다. 친명인 조정식 사무총장 사퇴서는 보류한 채 비명인 송갑석 최고위원의 사퇴서는 즉각 수리했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도 친명 인사들이 앞다퉈 나서고 있다. 지도부에서 비명은 빼고 전부 친명으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 구속 시 옥중 결재와 공천을 보장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한다.

국민들은 이 대표 체포안 통과를 계기로 민주당이 자성하고 쇄신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1인 지배권을 지키기 위한 반민주·전체주의 정당으로 폭주하고 있다. 민주화 투사도 아닌 수천억원대 배임과 뇌물 비리 혐의를 받는 대표 한 명을 위해 68년 역사의 민주당 의원 130여 명이 어떻게 이런 비상식적 행태를 보이는지 납득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