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월 28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홍익표 원내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정기국회 종료 때까지 정쟁을 멈추고 민생 해결에 몰두하자”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마치 대통령실은 정쟁에 매몰돼 있는데 이 대표가 민생을 위해 통 큰 정치에 나선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한다. 여태까지 국회를 마비시켜 온 사람은 이 대표 자신이다. 이 대표는 검찰 소환이 임박하자 정기국회 전날 돌연 단식을 시작했다. 국회 다수당 대표가 유례없는 일을 벌여 여야 대립을 극단으로 몰았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후 민주당 원내대표가 사퇴하고 정기국회가 완전히 멈춰 섰다. 대법원장 인준 표결이 미뤄져 30년 만에 사법 공백을 야기했고, 실손 보험 혜택을 손쉽게 받는 법안, 흉악범 얼굴을 공개하는 ‘머그샷법’, 음주운전 차량 시동잠금장치 의무화법 등 국민 안전과 편의를 위한 법안 90여 개가 표류했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단독으로 만나는 ‘영수회담’은 민주당이 집권당 시절 ‘구시대적 유물’이라고 거부해 왔던 형식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 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영수회담을 제안할 때마다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끊임없이 영수회담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먼저 여야 대표 회담을 하자고 했지만 쳐다보지도 않았다. 야당 대표가 여당 대표를 제쳐놓고 대통령만 만나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민생이 아닌 정치적 목적이 따로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구속영장이 기각되자마자 보란 듯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은 ‘이제 사법리스크를 털었다’고 주장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영장 기각을 마치 무죄 판결처럼 포장하려는 의도다. 이 대표는 앞으로 추가 수사와 재판을 거쳐 유무죄가 가려질 것이다.

이 대표는 정쟁을 멈추자고 했지만 대통령실이 응하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 영수회담을 거듭 제안하는 것 자체가 정쟁적인 발상이다. 그동안 이 대표 한 사람 때문에 빚어진 정쟁과 국정 왜곡, 마비가 한두 번이 아니다. 민주당은 이 대표 취임 후 1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방탄 국회를 열었다. 방탄 국회 비난을 비켜가기 위해 입법 폭주를 했다. 양곡법, 노란봉투법, 방송법 등 자신들이 집권할 때도 못했던 법들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걸 뻔히 알면서도 밀어붙였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 중인 특검이 3개, 국정조사가 4개다. 국정 운영에는 한 치도 협조하지 않으면서 대통령 부인 특검을 추진하고 국무총리와 장관 해임, 탄핵안을 남발했다. 그래 놓고 대통령에게 조건 없이 만나자고 할 수 있나. 이 대표가 진심으로 국민을 걱정해 정쟁을 멈추겠다면 이 대표 때문에 왜곡된 여야 관계와 마비된 국회를 먼저 정상화하는 것이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