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신임 한국전력 사장이 4일 세종시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0.4 /한국전력

신임 한전 사장이 전력 생태계 붕괴를 막으려면 추가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누적 적자 47조원, 부채 200조원을 넘어 한계 상황에 왔다는 것이다. 한전은 지난해 이후 5차례에 걸쳐 전기 요금을 ㎾h당 40.4원(39.6%) 인상했다. 그래도 채산이 안 맞아 채권을 발행해 빚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다. 한전은 올해 추가로 25.9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받아들여지면 4인 가구 기준 월평균 8000원의 부담이 더 생긴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내 미루며 다음 정부로 떠넘긴 전기 요금 인상 고지서가 이제 어쩔 수 없이 날아들고 있는 것이다.

매년 수조 원씩 흑자 내던 우량 기업 한전이 빚더미에 앉게 된 것은 문 정부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 때문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한전은 문 정부 5년간 26조원의 추가 비용을 떠안았다(국회 입법조사처). 신규 원전 5기가 제때 가동되지 않고, 월성 1호기는 경제성 평가 조작으로 가동 중단 당했다. 원전 감소분을 단가가 비싼 LNG로 대체하는 바람에 한전의 부담이 가중됐다. 여기에 코로나와 고유가가 겹쳤다. 2021~2022년 2년간 독일·일본 등은 전기료를 2~3배씩 올렸다. 그런데 문 정부는 계속 묶어두었다. 탈원전 부작용에 따른 인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우량 공기업이 부실해지고, 국민은 뒤늦게 요금 연쇄 인상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문 정부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목표도 현 정부와 산업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엄청난 양의 피마자콩과 야자를 수입해 석유 기반 나프타를 대체한다는 등의 몽상적 계획이 곳곳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목표를 이행하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들고 산업 경쟁력이 악화되는 등 엄청난 국가 손실이 불가피하다. 그래도 목표치를 완화할 수가 없다. 국제사회에 공식 약속한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도 메르켈 전 총리의 탈원전과 러시아 에너지 의존 정책으로 독일 경제와 산업이 곤경에 처했다는 반성이 나오고 있다. 올라프 숄츠 현 연립 정부 각료는 “우리 정부는 메르켈이 16년간 실패한 에너지 정책을 불과 몇 달 안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했다. 에너지 정책을 ‘100년 대계’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 100년 대계를 5년짜리 정권이 취향에 따라 바꾸면 온 국민이 고통을 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