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수습안으로 제시한 혁신위원회가 선거 패배 11일이 지나도록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위원장 적임자를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혁신적 이미지와 당무 이해도를 두루 갖춘 인사가 워낙 드물고, 어렵게 찾은 적임자도 위원장직을 제안하면 대부분 거절한다는 이유를 댄다.

당 안팎에선 김기현 대표가 혁신위원장직에 지나치게 많은 조건을 건다는 말이 나온다. 자신보다 인지도가 높지 않으면서 전권을 요구하지 않을 사람을 찾는다는 것이다. ‘상향식 공천’ ‘지도부 전원 험지 출마’ 등 급진적인 쇄신안도 불편해한다고 한다. 이른바 안정형 혁신위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런 혁신위가 무슨 혁신을 하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겠나. 여당은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에 대해 한마디도 못 하고 눈치만 보다가 국민에게 실망을 주고 보궐선거에서 완패했다. 그런 당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혁신위를 꾸리기로 했다면 당을 뒤엎을 결기를 갖춘 위원장을 모셔야 한다. 그런 각오도 없이 혁신위를 꾸린다는 것은 적당히 혁신하는 시늉으로 국민을 속이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이 바로 그런 혁신위를 꾸렸다가 역풍을 맞았다.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거액 가상 자산 보유 논란 등을 수습하기 위해 혁신위를 띄웠지만 첫 위원장은 ‘천안함 자폭’ 등 각종 괴담과 막말 전력이 드러나 임명 당일 낙마했고, 후임 위원장은 초선 비하, 노인 폄하 등 잦은 설화와 가정사 논란만 빚었다. 동력을 상실한 혁신위가 제안한 대의원제 축소, 현역 의원 공천 불이익 강화 등의 혁신안은 유야무야됐다. 당대표에게 종속되고 권한도 없던 혁신위의 예고된 결말이었다.

국민의힘은 선거에 지고도 며칠 동안 쇄신안 하나 내지 못한 채 집안싸움만 했다. 등 떠밀리듯 발표한 당직 개편에선 “수도권 출신이 마땅치 않다”며 총선 공천과 선거 실무를 책임지는 사무총장에 또 영남 출신을 앉혔다. 민주화 이후 네 번 집권한 여당에 수도권 출신이 없다는 말을 누가 믿나. 혁신위마저 적당히 말 잘 들을 위원장을 찾느라 출범도 못 한 채 쇄신의 골든타임을 흘려보내고 있다. 적당히 당대표 입맛에 맞출 눈속임용 혁신위원장을 찾는 거라면 당장 그만두는 편이 낫겠다.